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 부문 간 노노(勞勞) 갈등이 쉽게 봉합되지 않는 분위기다. 반도체(DS)·완제품(DX) 부문 간 성과급 보상 차이가 노조 내부의 균열로 번지자 최대 노조가 사업부별 분리 교섭 방안을 들고 나왔지만, 오히려 노조 간 결속을 흔든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지난 28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DS·DX 부문을 각각 따로 교섭하는 투트랙 체계로 조직을 개편하겠다고 공지했다. 집행부를 DS 5명, DX 3명으로 이원화하고 DX 부문 교섭에는 다른 노조의 참여까지 열어두겠다는 구상이다. 합의 이후 DX 부문 조합원이 대거 빠져나가자 부문별 특수성을 살리겠다며 내놓은 수습안이다. 최승호 위원장은 DX 부문에 전담 집행부 2명을 새로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조합원 구성은 단기간에 크게 출렁였다. 업계에 따르면 28일 정오 기준 초기업노조 가입자는 6만9170명으로, 교섭이 한창이던 시기 7만6000명을 웃돌던 것과 비교하면 한 주 새 7000명 가까이 줄었다. 4월 고용노동부로부터 과반노조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이를 지키려면 전체 임직원 절반 수준인 6만4500명 선을 유지해야 한다.
현재 초기업노조 내 DX 소속 조합원은 5000명가량으로 추정돼 이탈이 이어지면 과반선이 위태로워진다. 빠져나간 인원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동행노조)으로 흘러갔다. 28일 오전 기준 전삼노는 2만600명, 동행노조는 1만5936명으로 각각 몸집을 키웠는데 특히 동행노조는 2600명대에서 1만명 넘게 불어났다.
보상 체감의 온도 차가 이같은 반응을 불러 온 것으로 해석된다. 메모리 사업 호조를 등에 업은 DS 부문은 최대 6억원의 성과급이 거론되는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에 머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서다. 표심도 갈렸다. 초기업노조에서는 80.6%가 합의안에 손을 들어준 반면 DX 비중이 높은 전삼노에서는 찬성이 21.1%에 그쳤다. 투표에서 배제된 동행노조가 별도로 진행한 자체 투표에서는 99.5%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투트랙 카드를 둘러싼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전삼노는 입장문에서 "당장은 각 부문의 요구를 더 선명하게 전달하는 방법처럼 보일 수 있지만 위기 순간 서로를 지탱할 힘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분리교섭은 사측이 원하는 사업부별 재원 논리를 강화할 위험이 크다"고 맞섰다. 분리가 노조 협상력 자체를 깎아낼 수 있다는 우려다. 동행노조는 투표 절차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법적 대응까지 예고한 상태여서 DX 부문 박탈감이 누그러지지 않는 한 부문 간 결속 복원은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삼성전자 측은 직접 위로에 나섰다. 노태문 삼성전자대표이사는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소외감과 박탈감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사업 운영 방식과 부문별 경쟁력을 원점에서 재점검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고 했다.
조합원 이탈이 가속돼 초기업노조가 과반 문턱을 지키지 못하게 되면 내년 교섭창구 단일화에서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 인공지능(AI) 메모리 호황으로 DS·DX 실적 양극화가 구조로 굳어지는 국면이라 단일 교섭으로 되돌리기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최 위원장이 과거 발언을 사과하며 6월 17일 재신임 총회 공고를 예고한 만큼 그 결과에 따라 지도부와 교섭 틀이 다시 짜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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