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HLB제약이 대규모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후 주식시장에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다. 대규모 신주 발행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와 높은 할인율이 맞물리면서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모양새다. 주주들은 "유증을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9일 포털 HLB제약의 종목 토론방에는 연일 유증을 비판하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닉네임 '경민경민'은 "매일 파란색이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냐. 유증 가격 맞추냐"고 비판했다. 닉네임 '나인9'는 "이 불장에 혼자 신저가 갱신"이라고 했다. 닉네임 '엘비스타일'은 댓글로 "제3자 유상증자로 바꾸든지, (FDA) 승인 이후로 (유증을) 하든지 지금은 철회가 맞다"고 했다.
HLB제약은 지난 13일 장 마감 후 시설자금 및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증자 비율 32.8%에 달하는 대규모 자본 확충이다. 예정 발행가액은 25% 할인율을 적용해 주당 1만1150원으로 산정했다. 최종 1차 발행가액은 다음달 26일 확정된다.
공시 당일 정규장에서 HLB제약은 1만5000원 선을 유지하며 마감했으나, 악재성 공시를 확인한 투자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서며 정규장 이후 열린 애프터마켓(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곧바로 1만3000원대까지 폭락했다. 주가 하락세는 이후에도 지속되어 전날인 27일에는 1만2000원대까지 밀려나며 공시 이후 2주일 만에 확연한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처럼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압도적인 '물량 부담'이 꼽힌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기존 전체 발행 주식 수의 무려 32.8%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기존 주주들로서는 본인이 보유한 지분가치와 주당순이익(EPS)이 30% 이상 급격히 희석되는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여기에 25%에 달하는 높은 할인율도 주가 하락 압력을 가중시켰다. 신주 예정 발행가가 1만1150원으로 당시 주가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책정되면서, 시장 가격이 할인된 신주 가격에 맞춰 하향 평준화되는 전형적인 유증 악재 패턴이 나타났다.
HLB제약 측은 이번에 조달하는 자금 중 가장 큰 비중인 550억원을 신공장 증설(시설자금)에 투입하고, 250억원을 연구개발(R&D)에 사용해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냉랭하다. 공장 증설이나 R&D 투자라는 호재성 요인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자금 중 250억원은 회사 운영 자금으로, 150억원은 기존 빚을 갚는 채무 상환 자금으로 쓰이기 때문이다. 총 조달 금액의 3분의 1 이상이 기업의 현금 유출을 메우는 데 사용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산 시설 확충이라는 장기적 호재가 명분이지만, 결국 주주들의 손을 빌려 회사 운영비와 빚을 갚는 데 400억원이라는 거금을 쓴다는 점은 이번 유증을 순수한 성장성 투자로만 보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기업의 재무적 부담을 기존 주주들에게 전가했다는 비판과 함께, 단기적인 오버행(대량 대기 물량) 우려로 당분간 주가 회복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유증 시점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쏟아졌다. HLB제약은 HLB의 간암 신약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품목 허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FDA는 오는 7월23일 최종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FDA 최종 승인이 나고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발행 주식 총수나 할인율을 줄여 지분가치 희석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유증이 FDA 승인이 안 될 경우를 대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해당 항암 신약은 지난 2024년 5월과 지난해 3월 FDA로부터 보완요구서한(CRL)을 받은 바 있다. HLB제약도 증권신고서에서 "허가가 지연되거나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경우 단기적인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금번 유상증자 발행가격이 하락해 모집규모가 크게 줄어들 경우 계획했던 시설투자자금 마련 등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했다.
다만 HLB는 이번 유증이 자금조달 계획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다. HLB 관계자는 "이번 유상증자는 향남 신공장 구축, 생산 경쟁력 강화, 연구개발(R&D) 확대 등 HLB제약의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회사의 성장과 미래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결정"이라고 했다.
관계자는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일부 주주님들께서 우려하고 계신 점은 회사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회사는 이번 유증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바탕으로 성장 비전과 실행 성과를 시장과 주주분들께 분명히 보여드리고, 좋은 실적과 기업가치 제고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