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신현송 총재 취임 이후 첫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시장 예상대로 금리는 묶었지만,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은 '인하 시점'보다 '인상 가능성'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한은 금통위는 28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2.50%로 유지했다. 신 총재가 처음 주재한 금통위에서 금리를 곧바로 올리기보다는 물가와 환율, 성장 흐름을 더 확인하는 쪽을 택한 셈이다. 다만 이번 동결은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완화적 동결이라기보다, 하반기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관망형 동결'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1월 금리를 3.00%로 동결한 뒤 2월과 5월에 각각 0.25%포인트 인하하고, 7월과 8월, 10월, 11월에는 2.50%에서 금리를 동결했다. 올해 1월과 2월, 4월 금통위에서도 2.50% 유지를 결정한 가운데 이번 결정은 지난해 7월 이후 8번째 동결이다.
동결 자체는 시장의 예상 범위 안이었다. 26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2026년 6월 채권시장지표(BMSI)'에 따르면 43개 기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 중 99%는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금리 인상을 예상한 응답자는 1%에 그쳤다. 조사는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진행됐다.
다만 채권시장의 관심은 동결 여부가 아니었다. 금투협 조사에서 6월 종합 BMSI는 전월 96.3에서 81.0으로 하락했고, 금리전망 BMSI도 102.0에서 67.0으로 떨어졌다. 기준금리 동결 전망은 압도적이었지만, 향후 금리와 채권시장에 대한 심리는 오히려 악화된 것이다. 시장이 동결을 '인하의 전 단계'가 아니라 '인상 전 대기 국면'으로 해석하고 있다는 의미다.
금통위가 완화적 메시지를 내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환율이다. 환율은 지난 15일부터 27일까지 8거래일째 1500원대에 마감됐다.
이날 서울외환중개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2.8원 오른 1504.0원에 장을 시작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이란 제재 완화 등의 이슈에서 미국과 이란이 의견 차이를 보이면서 협상 낙관론에 일부 균열이 발생한 영향이다.
원화 약세가 길어질수록 한은의 선택지는 좁아진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밀어 올리고, 국제유가 상승과 맞물릴 경우 소비자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으로 번질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정체된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과 원유 공급 불안이 외환시장 변동성의 배경으로 남아 있다.
집값 역시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31% 오르며 3주 연속 상승 폭을 확대했다.

물가 지표도 한은의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한은의 물가안정 목표인 2%를 웃돌았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과 2월 2.0%로 안정되는 듯했지만 3월 2.2%, 4월 2.6%로 상승 폭이 커졌다. 석유류 가격은 21.9% 올라 2022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성장 측면에서도 금리 인하 명분은 약해졌다.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지난 2월 경제전망에서 제시한 1분기 전망치 0.9%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면서 통화 완화로 경기를 떠받칠 필요성은 줄고 오히려 수요 측 물가 압력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날 함께 공개된 경제전망 보고서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발표했다. 지난 2월 전망치(2.0%)보다 0.6%포인트가 상향됐다. 소비자물가 전망치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 충격과 2차 파급효과 우려 등을 반영해 2.7%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2월 올해 성장률을 2.0%,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2%로 제시했다. 그러나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고, 유가와 환율 부담이 커진 만큼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동시에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성장률과 물가 전망이 함께 올라가면 금리 인하 기대는 더 후퇴하고, 하반기 인상 논의는 한층 힘을 받을 수 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앞서 "한국 경제가 연 2%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고유가·고환율이 이어져 물가와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한다면 기준금리 인상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인상에 나서더라도 공격적인 연속 인상보다는 점진적이고 신중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동결 이후 나올 신 총재의 기자간담회 발언과 점도표 변화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는 사실보다 동결의 이유와 다음 행보가 중요하다"며 "물가와 환율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강해질수록 시장은 이번 결정을 사실상 하반기 인상 전 숨고르기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