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신세계그룹이 자회사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프로모션 사태와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 결과까지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으나 핵심인 고의성 의혹은 오히려 증폭되는 모양새다.
전날 정용진 회장이 세 차례 고개 숙이며 대국민 사과를 했음에도 4단계 결재라인이 무력화된 정황이 드러나면서 사태는 결국 경찰 수사로 규명될 전망이다.
신세계그룹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탱크데이 프로모션에 대한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정 회장은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많은 분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꼈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으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사죄의 뜻을 밝혔다.
이어 "전국의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스타벅스 파트너들과 현장 직원들에게는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길 부탁드린다"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 있다"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사과문을 낭독하면서 5·18 민주화운동 및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을 일일이 언급하며 총 세 차례에 걸쳐 고개를 숙였다. 또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그룹 전반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 회장의 사과에도 여론은 냉담하다. 신세계그룹이 공개한 진조사 결과에 따르면 모든 게 우연의 우연을 거듭해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앞서 스타벅스는 지난 18일 오전 '단테·탱크·나수데이' 프로모션을 펼치며 광고 문구로 '탱크데이'를 사용했다. 이날 광주에서는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진행 중이었으며, 소비자들은 즉각 해당 문구가 1980년 당시 시민을 진압했던 계엄군의 탱크를 연상시킨다는 의혹을 쏟아냈다. 이벤트 페이지 내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도 의혹에 불을 지폈다.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치안본부의 발표 구절을 희화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세계그룹은 논란이 확산하는 지난 일주일간 스타벅스 관련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탱크데이 마케팅에서 회사 경영진이나 실무진들이 특정 의도를 갖고 기획했는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봤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행사를 주관한 스타벅스 커머스팀, 전략기획본부, 대표이사 등 결재라인 전체로 휴대폰·노트북 디지털포렌식 검증과 교차 심문도 이뤄졌다.
그 결과 신세계그룹은 해당 직원들의 사전모의나 고의성 등을 특정할 만한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직원들도 기존 텀블러 홍보 문구인 '가방에 쏙' 라임을 맞추려 했다거나, 인공지능(AI) 추천 문구를 인용했을 뿐이라며 5·18 민주화운동과는 선을 그었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은 탱크데이 네이밍을 제안했던 커머스팀 직원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했고, 이들의 마케팅 관련 대화나 업무 내용을 파악하는 데도 제한이 따랐다고 해 애당초 조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못했음을 시인했다.
사내 메신저 역시도 대화 기록이 일주일만 저장돼 마케팅 단계에서 팀원 간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도 알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룹은 향후 진행될 경찰 조사에는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소비자들은 신세계그룹의 이 같은 발표에 대해 알맹이가 없다면서 즉각 반발했다. 또한 4단계로 이어지는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결재라인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에도 의구심을 드러냈다.
신세계그룹 역시 탱크데이 마케팅의 기획부터 승인까지 단 한 차례의 문제 제기가 없었다고 인정했다. 그중 일부는 마케팅 디자인 시안이 담긴 첨부파일조차 확인하지 않고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은 "행사 전까지 디자인을 본 사람이 몇 명인데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 "초등 역사 교육도 받지 않은 수준"이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는 간담회에서 질의응답을 생략한 정 회장을 향해서도 "책임을 지겠다면서 사과문만 읽고 사라졌다"며 공분으로 이어졌다.
결과적으로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사태는 5·18 민주화운동 폄훼 시도가 고의적으로 작동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됐다. 신세계그룹 측은 경찰 조사에서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시 해당 임직원을 즉시 징계조치하고, 그룹 최고경영진을 포함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까지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그룹은 "스타벅스 내부적으로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마케팅 검증과 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고, 고의성 여부를 떠나 결재라인 전체에 대한 엄중 조치가 불가피해 마케팅에 관여된 5명의 모든 직원을 직무배제하고,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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