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며 총파업 위기를 가까스로 넘겼지만 후폭풍이 거세다. 내부에서는 DS부문(반도체)과 DX부문(가전·모바일 등) 간 최대 100배에 달하는 성과급 격차를 두고 '노노 갈등'이 불거졌고 밖에서는 주주단체가 법적 대응을 예고하며 안팎으로 잡음이 커지는 모양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번 잠정합의안의 핵심은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을 유지하면서 DS 부문에 한해 '특별경영성과급' 제도를 신설한 점이다.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은 사업성과의 10.5%로 책정됐고 지급률 상한은 없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 20일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서명했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고 나머지는 각각 1년·2년씩 매각이 제한된다. 해당 제도는 향후 10년간 적용되며 2026~2028년에는 매년 DS 부문 영업이익 200조원, 2029~2035년에는 매년 100조원 달성을 지급 조건으로 명문화했다.
올해 DS 부문 영업이익 전망치 약 300조원을 적용하면 특별경영성과급 재원만 31조5000억원에 달한다. 재원의 40%는 DS 부문 전체에 공통 배분되고 나머지 60%는 사업부별로 나뉜다. 업계 추산으로는 메모리사업부 직원이 OPI까지 합산할 경우 1인당 최대 6억원 안팎(연봉 1억원 기준)을 손에 쥘 것으로 분석된다. 적자가 유력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도 공통 재원 덕에 올해 1억6000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전망이다.
반면 DX 부문은 특별경영성과급 대상에서 빠졌다. 만약 실적 부진으로 OPI를 전혀 받지 못해 타결금 성격인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만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업계 추산 메모리사업부 최대 수령액 6억원과 비교해 격차는 최대 100배에 달한다.

격차에 대한 반발은 노조 지형 변화로 이어졌다. DX 조합원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노조 동행(동행노조) 가입자는 이달 초 2300여명에서 21일 오후 2시 기준 1만1172명으로 5배가량 불어났다. 하루 만에 9000명이 합류한 셈이다. 같은 기간 DS 중심 과반 노조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조합원은 7만6000명 수준에서 7만850명으로 줄었다. DX 조합원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낸 상태다.
주주 측 반발도 합의안 발표 직후 표면화됐다. 삼성전자 소액주주 모임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는 21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잠정합의안을 위법으로 규정했다. OPI 1.5%와 특별경영성과급 10.5%를 합산한 영업이익 약 12% 수준의 성과급 재원 형성 자체가 주주총회 결의 없이 이뤄진 위법 행위라는 주장이다.
민경권 대한민국주주운동본부 대표는 "회사의 주인은 경영진도 근로자도 아닌 주주"라며 "주주를 배제한 채 노사 간 협의로 도출된 합의안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단체는 이사회가 잠정합의를 비준할 경우 △이사회 결의 무효확인 소송 △위법행위 유지청구권 가처분 △주주대표소송 △단체협약 효력정지 가처분 등 4대 사법 절차를 즉시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당장의 분수령은 조합원 찬반투표다. 노조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과반 조합원이 참여하고 참여 조합원 과반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이날 예정됐던 총파업은 다음 달 7일까지 유보된 상태로 부결 시 파업 카드가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올 수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DS 조합원 비중이 큰 만큼 가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지만 DX 부문 표심이 변수"라며 "가결되더라도 보상 산식이 사업부 간 신뢰를 흔드는 새 불씨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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