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우지수 기자] 삼성전자 노사가 협상 끝에 도출한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라는 마지막 관문을 앞두고 있다.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중심의 성과급 구조에 사업부 간 희비가 엇갈리면서 가결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21일 삼성전자 노조 공동투쟁본부에 따르면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6일간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전체 조합원 과반이 참여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하면 잠정합의안은 최종 가결돼 지난해 12월부터 이어진 임금협상이 마무리된다. 부결될 경우 노사는 다시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되며 유보됐던 총파업 카드도 되살아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협상을 주도한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초기업노조)는 약 7만명 규모로 단독 과반노조 지위를 갖고 있고 조합원 대다수가 이번 합의로 최대 수혜를 보는 DS 부문 소속이기 때문이다. 나머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동행노조의 조합원 수는 이에 못 미친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DS 부문 임직원은 사업성과의 1.5%를 재원으로 하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금(OPI)을 유지하면서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사업성과의 10.5%를 추가로 받게 돼 총 12% 수준의 성과급을 확보하게 됐다. 임금 인상률은 기준인상률 4.1%와 성과인상률 평균 2.1%를 합쳐 6.2%로 책정됐고, 직급별 임금 상한선인 샐러리캡도 일제히 상향됐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지급률 상한 없이 세후 전액 자사주로 지급되며 향후 10년간 적용된다. 다만 무조건 매년 지급되는 구조는 아니다. 올해부터 2028년까지는 DS 부문 영업이익이 매년 200조원을 달성할 때, 2029년부터 2035년까지는 매년 100조원을 달성할 때 지급된다. 지급된 자사주는 3분의 1만 즉시 매각이 가능하고 나머지 3분의 1씩은 각각 1년,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다만 부결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노조가 협상 초반에 내건 '영업이익 15% 재원 고정' 안과 비교하면 한 발 물러섰다는 평가가 강경 조합원 사이에서 나온다.
같은 DS 부문 안에서도 사업부별 명암이 갈린다. 메모리 사업부 임직원은 1인당 6억원에 달하는 보수를 받게 되고, 올해 적자가 유력한 시스템LSI·파운드리는 사업부별 재원과 OPI에서는 빠지지만 부문 공통 재원에서 1억6000만원 수준을 보장받을 전망이다. 4배에 가까운 격차다. 2027년부터는 적자 사업부에 대한 공통 재원 60% 차등 지급이 적용돼 비메모리 사업부의 보상은 더 줄게 된다.
DX 부문 조합원의 표심은 변수로 꼽힌다. 이번 합의에서 스마트폰·TV·가전을 담당하는 DX 부문과 CSS사업팀에는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가 지급된다. DS 부문이 받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DX 부문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처우 개선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했다는 의견이 나온다. 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조 동행은 지난 20일 노태문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에게 공식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법적 다툼도 진행 중이다. DX 부문 조합원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직원 권리 회복 법률대응연대'는 초기업노조를 상대로 '2026년 임금·단체교섭 중지' 가처분을 제기했고, 수원지방법원은 잠정합의 당일 첫 심문 기일을 열었다. 합의 도출로 인용 가능성은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판단 결과에 따라 절차상 잡음이 이어질 수 있다.
초기업노조 내부 결속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지난 18일 노조 텔레그램 소통방에 "마무리되면 노조 분리 고민을 해봅시다. 전삼노 동행 좀 너무하네요. DX 솔직히 못 해먹겠네요"라는 글을 올려 논란을 빚었다.
삼성전자 측은 잠정합의안 통과를 원하는 분위기다. 전영현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날 사내 담화문을 통해 "회사와 구성원의 미래를 위해 다 함께 뜻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가결될 경우 삼성전자는 인공지능(AI) 메모리 시장 주도권 경쟁에 본격 집중할 수 있게 되지만, 부결될 경우 파업 리스크가 다시 불거지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부담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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