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아호 경영실패 책임져라"…카카오 노조, 파업까지 단 한 걸음
  • 최문정 기자
  • 입력: 2026.05.20 15:47 / 수정: 2026.05.20 15:47
노조 추산 600명 집결…공동요구안 발표
카카오 본사 포함 5개 법인 파업 투표 가결
본사 2차 조정 결렬 시 줄파업 예상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20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최문정 기자] 카카오 그룹의 노사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카카오가 본업인 카카오톡 중심의 '계열사 다이어트'에 나선 가운데, 구성원들의 고용 불안이 누적된 데다 소수의 경영진에게 성과를 몰아주는 관행 등으로 노조의 불만이 임계점을 넘었기 때문이다. 특히 카카오 본사를 비롯한 5개 계열 법인에서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되며 실제 파업까지 단 한 발짝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를 열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궂은 날씨였지만, 광장은 노란 우비를 입은 약 600명의 카카오 직원들로 가득 찼다. 점심식사를 미룬 채 멈춰서 시위 현장을 살피는 직원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각각 '고용 불안 성과 독점, 경영진은 퇴진하라', '성과 평가 투명하게, 보상 구조 개편하라', '위기 책임 전가 말고 고용안정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현재 카카오 노사는 극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현재 카카오가 '선택과 집중'의 기조에 따라 비핵심 계열사 정리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고용 불안정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신아 카카오 대표 취임 이후 이러한 계열사 정리 작업은 가속도가 붙고 있다. 2023년 9월 142개에 달했던 카카오 그룹의 계열 회사는 지난해 10월 99개로 줄어들며 두 자릿수에 진입했다. 현재 카카오의 연결 자회사 숫자는 93개 수준으로 줄었다. 아울러 카카오게임즈, 카카오헬스케어, AXZ(포털 '다음' 운영사)도 지분과 경영권 이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종환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7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지배 구조 단순화 작업을 실행해 오면서 연결 자회사를 93개까지 줄였고 게임 계열사 카카오게임즈 관련 절차가 마무리되면 계열사는 87개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밝혔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이 20일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경영진 문제는 개인의 일탈로 회피하면서 고용 문제는 조직 전체의 책임으로 돌린다"며 "조직 개편, 계열사 매각, 계약 구조 변경 등 그룹 차원에서 운영되는 것들이나 문제가 발생하면 책임은 개별 법인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카카오 공동체 안에는 경영 실패와 고용 불안, 직장 내 괴롭힘, 불공정한 평가와 채용, 반복되는 노동시간 초과 문제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며 "노조는 이런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경영진의 비도덕한 행위와 실패를 견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강화하고 책임 경영 체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성과급 등 보상 체계에 있어서도 회사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앞서 카카오 노조가 지난해 카카오 영업이익의 13~15% 수준에 해당하는 비용을 성과급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10%대 성과급 안은 교섭 과정에서 회사가 제안한 여러 안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며, 핵심 쟁점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서 지회장은 "성과급 재원과 관련해 지금 외부에 알려진 내용과 실제로 노조가 쟁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좀 다르다"며 "재원 전체의 규모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어떤 구성으로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이날 노조는 △경영쇄신 및 책임경영 △고용안정과 공동체 안전망 구축 △공정한 성과 보상과 이익 분배 △보편적 노동 환경과 복지 체계 구축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요구안을 발표했다.

서 지회장은 "현재 진행 중인 임금협약 교섭과는 별개의 교섭이지만 결국 공동요구안 역시 카카오의 제대로 된 경영 환경 구축을 촉구하는 하나의 문제로 수렴한다"며 "공동 요구안은 조합원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한 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카카오 노조) 조합원들이 20일 오전 경기 성남시 판교 카카오 아지트 앞 광장에서 '2026 임단협 승리 결의대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남윤호 기자

카카오 노사의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실제 파업 성사 여부에도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날 카카오 지도부는 결의대회를 시작하며 경기지방노동위원회의 조정 절차를 밟은 카카오·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의 파업 찬반 투표가 가결됐음을 알렸다.

박성의 카카오 노조 부지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까지 카카오와 계열사 등 5개 법인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모두 찬성으로 가결됐다"며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만큼 향후 투쟁 계획은 추후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조정 절차가 결렬된 카카오페이·카카오엔터프라이즈·디케이테크인·엑스엘게임즈는 즉각적인 파업 절차에 돌입할 수 있게 됐다. 카카오 본사의 경우, 노사 협의에 따라 조정 기일을 27일로 연기한 상황이지만, 조정 결렬 시 곧바로 파업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에 따라 카카오 본사와 계열 회사들이 줄줄이 파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대두하고 있다.

카카오 노조 관계자는 "카카오 본사는 아직 2차 조정이 남아 있어 투표만 미리 진행해 놓은 상황"이라며 "나머지 법인은 조정 절차도 완료됐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카카오 본사의 노동위 2차 조정이 결렬되면, 이미 찬반 투표가 가결됐기 때문에 파업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며 "조합원 의사를 확인했으니 실제 파업을 어떤 식으로 진행할지는 이제부터 일정을 짜봐야 한다"고 예고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지난 18일 노사가 조정 기한을 연장하기로 합의한 만큼 남은 기간 원만한 합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jay09@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