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홈플러스가 37개 매장의 영업을 중단하면서 임대 매장을 운영하는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임대 매장을 정상 영업 중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상인들은 고객 발길이 끊겨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고 토로한다.
18일 오전 서울 송파구 홈플러스 잠실점. 영업은 시작됐지만 매장을 찾는 손님은 드물었다. 주차장 입구 영업 안내 표지판에는 '임대 매장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종이가 덧붙었고, 같은 내용의 현수막과 포스터가 건물 외벽 곳곳에 걸려 있었다. 운행을 멈춘 승강기 대신 에스컬레이터 소리만 요란하게 울렸다.
내부 분위기는 한층 더 썰렁했다. 홈플러스 매장 입구는 모두 막혔고, 지하 2층 신선식품 코너는 불이 꺼진 채 진열대가 비어 있었다. 완구와 의류 매장도 철수 준비로 분주했다. 몇몇 직원들이 카트로 재고를 묵묵히 옮길 뿐, 바닥 곳곳에 미처 치우지 못한 물품들이 쌓여 적막감을 더했다.
반면 통로 곳곳의 임대 매장 상인들은 영업을 이어갔다. 음식 재료를 준비하고 매장을 청소하며 제품을 진열했다. 입구를 바라보며 손님을 기다리는 모습에는 분주함과 씁쓸함이 교차했다. 상인들 대부분은 매출 감소를 넘어 향후 매장 운영 지속 여부 자체를 우려했다.
10년 넘게 여행사를 운영한 50대 박모 씨는 "사람이 안 오니 매출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홈플러스의) 상황이 안 좋아 예상은 했다"고 말했다. 박 씨는 "1년마다 재계약을 해 올해 12월 말 계약 만료 예정이지만, 오는 7월쯤 점포를 정리할 생각"이라며 "다른 지점으로 이동하지 않고 아예 정리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50대 김모 씨 역시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매출이 40% 넘게 줄었다"며 "갑자기 운영을 중단한다고 해 황당했다. 홈플러스 브랜드를 보고 입점했는데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완구 매장의 한 직원도 "아이들이 많아야 하는 매장인데 오는 것도 불편하고 한산하면 운영하는 입장에서 좋진 않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 씨는 "장소를 옮기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임대 상인들이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회생 절차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것은 매장을 찾은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한 시민은 "4층 문화센터가 아직 운영 중이어서 방문했다"며 "나이가 들어 직접 와서 장을 보는 게 편했는데 마트가 문을 닫는다고 하니 마음이 어수선하다"고 말했다. 매장을 찾은 다른 손님들도 발걸음을 느리게 옮기면서 텅 빈 점포들을 바라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홈플러스는 최근 NS홈쇼핑에 슈퍼마켓 사업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매각하며 2차 구조혁신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부터 오는 7월 3일까지 전체 104개 대형마트 중 효율성이 낮은 37개 매장의 영업을 잠정 중단한다. 그러나 홈플러스 측은 임대 매장의 경우 계속 영업할 수 있다는 이유로 별도 보상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는 현재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 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홈플러스에 따르면 메리츠금융은 약 1000억원 규모의 2~3개월 초단기 운영자금 대출(브릿지론) 지원 가능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메리츠금융은 익스프레스 매각대금 유입 시 즉시 조기상환, 기존 DIP 대출과 유사한 수준의 이자율, 대주주 MBK파트너스 및 경영진 개인 연대보증 등을 조건으로 제시했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은 익스프레스 영업양수도 계약이 이미 체결돼 6월 말 거래가 마무리되는 만큼 실제 대출 기간이 한 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메리츠금융의 무리한 조건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