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와 빗썸이 올해 1분기 나란히 실적 쇼크를 기록한 데 이어, 코인원까지 금융당국 제재에 반발하며 법정 공방에 돌입하면서 이억원 금융위원장 체제 아래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 전반이 심각한 위기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평가가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동 지정학 리스크, 고금리 장기화 등 외부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규제 강화, 디지털자산기본법 지연까지 중첩되며 산업 성장 동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34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8% 급감한 880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 역시 695억원으로 78% 줄었다. 빗썸 역시 매출은 825억원으로 57.6%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9억원으로 95.8% 급감했다.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흑자에서 올해 869억원 적자로 전환됐다. 코빗 역시 적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시장 침체 자체보다 제도 불확실성과 규제 리스크가 투자심리 회복을 더욱 지연시키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FIU의 연쇄 제재는 거래소 산업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에 이어 코인원까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위반에 따른 영업 일부정지 및 과태료 처분에 불복하며 법정 대응에 나섰다. 국내 주요 거래소 3곳 모두가 금융당국과 행정소송을 벌이는 초유의 상황이다. 업계는 신규 고객 유입 제한, 거래소 신뢰도 훼손, 기업가치 하락, 글로벌 경쟁력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산업 전반에 구조적 피해를 주고 있다고 우려한다.
이와 함께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기본법 내 거래소 대주주 지분율 제한 역시 산업 발전을 가로막는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당초 올해 초 당정 협의를 통해 스테이블코인, STO, 법인 투자 허용 등 산업 육성 중심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됐던 디지털자산기본법은 금융위가 거래소 대주주 지분 보유 한도를 15~20% 수준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핵심 쟁점으로 내세우면서 사실상 논의가 지연되고 있다.
금융위는 거래소를 신고제에서 인가제로 전환하는 만큼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지만, 업계와 정치권은 이를 기존 민간 거래소 지배 구조를 사실상 강제 해체하는 과도한 사후 규제로 보고 있다. 수년간 민간 자본이 키워온 산업 구조를 제도권 편입 시점에서 뒤흔드는 것은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는 비판이다.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도 한국 규제 방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캐서린 첸 바이낸스 기관 부문 총괄은 최근 서울에서 열린 행사에서 "시장 참여자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설계된 과도한 규제는 혁신을 저해하고 산업 성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투자자 보호와 산업 발전 간 균형 잡힌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FIU 제재와 금융위의 지배 구조 규제가 동시다발적으로 강화되면서, 하나금융의 두나무 투자, 미래에셋의 코빗 인수, 네이버파이낸셜-두나무 합병, 한국투자증권의 코인원 투자 검토 등 금융권과 거래소 간 전략적 합종연횡 역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주요국이 상장지수펀드(ETF),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중심으로 디지털자산 산업 제도화를 가속화하는 동안 한국은 규제 불확실성 속에 산업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장 침체로 주요 거래소들의 실적이 급감한 가운데, FIU의 연쇄 제재와 금융위원회의 규제 강화가 동시에 가해지면서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은 사실상 시장 부진, 감독 강화, 제도 불확실성이라는 삼중 부담에 직면한 모습이다. 산업 육성보다 규제 권한 확대에 무게가 실릴 경우 국내 시장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와 구조적 성장 둔화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서 확산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2025년 한 해 동안 무려 160조원에 달하는 국내 자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며 "이는 우리 자본시장의 효율성과 제도적 수용성이 글로벌 기준에 얼마나 뒤처져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지표"라고 지적했다. 국내 자본의 대규모 해외 유출은 과도한 규제와 낮은 시장 개방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