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울진·안동·예천=정다운 기자] "원전(원자력발전)은 현대 첨단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신한울 3·4호 공사가 마무리되면 우리나라 전력 공급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됩니다." 지난 14일 신한울 원전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국수력원자력의 직원은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이 말했다.
다소 흐린 날씨와 달리 원전 건설 현장에는 활기가 넘쳤다. 건설현장엔 수 많은 트럭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약 20대의 타워크레인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신한울 3·4호기는 1400㎿급 신형 가압경수로(APR1400) 2기로 조성된다. 총사업비만 약 12조3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이날 현장에서는 3호기 원자로건물라이너플레이트(CLP·원자로 방호벽) 설치 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고 4호기는 오는 27일 최초 콘크리트 타설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신한울 3·4호기 종합공정률은 29.8%다.
현장 관계자는 원전 건설이 본격화하면서 지역 상권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고 말했다. 원전 기술 유출 방지를 위해 현장 투입 인력은 모두 우리나라 국민이라고도 했다. 신한울 3·4호기 준공까지 누적 약 720만명이 참여한다. 법정지원금만 약 2조1541억원 규모다. 이런 자금이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한울 3·4호기가 완공되면 연간 약 2만358GWh의 전력을 생산하게 된다"며 "지난해 국내 전체 발전량 기준 약 3.4% 수준으로 서울시 연간 전력소요량의 약 40%를 담당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탈원전 논란 속 멈춰 섰던 원전 산업은 AI 시대 전력 수요 확대와 맞물리며 다시 페달을 밟고 있다.

◆안전 이상 無 ···365일 긴장 속에 살아가는 주제어실
이날 현장에서는 신한울 1·2호기 내부도 살펴볼 수 있었다. 보안절차는 국가기밀시설인 만큼 까다로운 검문검색 절차를 거쳐야 했다. 사전 승인을 받지 못했다면 접근조차 불가하다. 당연히 휴대전화와 노트북 등 전자기기는 반입할 수 없었다.
사용후핵연료저장조 시설을 둘러 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로 올라 가니 터빈에서 발생하는 열기가 느껴졌다. 이 열기로 땀도 흐를 정도 였다.
신한울 1·2호기는 아랍에미리트(UAE) 수출 원전과 같은 APR1400 노형으로 기존 원전보다 출력은 크고 설계수명은 기존 40년에서 60년으로 늘었다. 내진 성능도 규모 7.0 수준까지 강화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신한울1·2호기에 들어간 철근만해도 10만3000t, 63빌딩 건설 소요량의 약 13배가 들어갔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문제는 원천적으로 차단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비등경수로를 사용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과 달리 우리나라는 가압경수로를 사용하고 있어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형태의 사고 가능성을 낮춘 구조라는 설명이다.
원전의 두뇌 역할을 하는 주제어실(MCR)에서는 총 6개 조가 3교대로 24시간 돌아간다. 근무자들은 발전소 상태를 실시간으로 점검해야 해 근무 중 자리를 비우기 어려워서 끼니도 앉은 자리에서 떼워야 한다.
현장 관계자는 "근무 시간 내내 긴장의 연속"이라며 "관련 경보만 2~3만개에 달하고, 퇴근 후에도 회사에서 전화가 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그는 "몸은 힘들지만 언제 어디서든 아빠가 만든 전기를 쓸 수 있어 자랑스럽다는 아이의 말에 큰 보람을 느낀다"고 미소를 지었다.

◆원전 넘어 RE100까지···에너지 믹스 넓히는 한수원
15일 들른 경북 안동 임하댐에서는 원전과는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물 위에 떠 있는 태극기와 무궁화 형태의 태양광 모듈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기온은 약 30℃ 수준의 초여름 날씨였는데 설비용량 대비 이용률은 약 80%에 달했다.
임하댐 수상태양광은 총 47.2㎿ 규모로 축구장 약 74개 크기인 52만1000㎡ 수면 위에 조성됐다. 지난해 7월 준공된 국내 첫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다. 경상북도와 안동시가 주도하고 한수원과 수공이 참여했다.
반경 1km 이내 주민 약 4000명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향후 20년간 약 222억원 규모 주민지원이 이뤄질 예정이다. 현장 관계자는 "주민이 직접 참여해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수상태양광은 산림 훼손 없이 수면 냉각 효과로 발전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기존 수력발전 송전망을 활용해 추가 송전선로 건설 부담도 줄였다.
수상태양광 현장을 지나 경북 예천양수발전소도 들렸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커질수록 전력망 안정성을 유지하는 역할이 중요해지는 만큼, 양수발전은 에너지 믹스의 한 축으로 꼽힌다.
예천양수발전소는 800㎿ 규모(400㎿ 2기)로 국내 수력·양수 설비용량의 약 12%를 차지한다. 차량으로 약 734m 길이 터널을 지나자 지하 95m 아래로 내려가니 거대한 발전동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기 생산 시 초당 최대 103㎥의 물이 쏟아진다고 한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물을 끌어올렸다가 필요할 때 다시 떨어뜨려 전기를 생산한다. 원전이 재가동까지 약 40시간, 석탄화력이 14시간, 복합화력이 2시간 정도 걸리는 데 비해 양수발전은 약 5분 만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 점이다.
현장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 증가로 남는 전력을 수시로 흡수하며 전력망 안정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양수발전은 가장 안전하고 거대한 대용량 배터리"라고 설명했다.
울진의 원전과 안동의 수상태양광, 예천의 양수발전은 결국 궤를 같이하고 있다. AI 시대 전력 수요 확대 속에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풀어내려는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의 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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