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보유 지분을 늘리고 경영참여를 공식화하면서 K-방산 재편 논의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화의 KAI 인수 가능성에 KAI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의 생존 전략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KAI 주식 10만주(0.1%)를 추가 취득해 관계사 포함 보유 지분율이 5.09%로 확대되자 업계 안팎에서 한화의 KAI 인수 가능성을 본격 제기하고 있다.
한화는 올해 연말까지 총 5000억원을 투자해 KAI 주식을 추가 매입, 지분율을 8%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분 보유 목적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KAI 인수설에 불을 붙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구체적인 경영참여 방안은 검토 중"이라며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면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 및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감안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화의 이같은 움직임에 KAI 노동조합은 반발하는 상황이다. 노조는 "한화의 KAI 지분 확보 및 경영 참여 의지 표명은 단순한 투자 행위로 볼 수 없으며 명백한 경영 개입 시도"라고 맞섰다. 노조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화오션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이미 방산 산업 전반에 걸친 수직계열화를 형성하고 있다"며 "KAI까지 영향권에 포함될 경우 시장 경쟁 약화와 내부거래 확대, 산업 생태계 왜곡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KAI 노조는 최근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에도 "KAI는 국가 항공우주산업과 방위산업을 책임지는 핵심 전략기업인 만큼 수출입은행이 경영 안정성과 공공성 유지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한화의 이사회 참여와 인사 개입 시도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같은 우려가 방산 업계 특성을 간과한 단편적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방위산업은 일반 소비재 시장과 달리 방위사업청이라는 사실상 단일 수요자가 가격과 기술 요건을 통제하는 수요자 독점 시장이다. 이에 방사청의 원가 관리 시스템과 경쟁 입찰을 통해 공급자의 지배력이 견제되는 만큼 대형화가 진행되도 기업이 임의로 가격을 결정하거나 폭리를 취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사업의 중복 여부도 쟁점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상방산·항공엔진·레이더·우주발사체를 주력인 반면 KAI는 완제기 개발·제작과 위성 개발·공중전투체계에 특화된 상황. 때문에 양사의 주력 시장은 상호 보완 관계에 가깝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KAI 모두 수출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경쟁 상대"라며 "글로벌 방산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반복하며 덩치를 키워가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 상황만 놓고 독점 여부를 거론하는 것은 단편적 시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독점 우려보다 글로벌 체급 확보가 급선무라고 판단한 유럽에서는 프랑스의 아에로스파시알, 독일의 DASA, 스페인의 CASA가 통합해 에어버스(Airbus)를 출범시킨 바 있다. 수백년간 방산 업계에서 경쟁한 프랑스와 독일이 국익 차원에서 전략적 결정을 내린 것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에어버스는 현재 유럽 내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는 동시에 미국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방산·항공 생태계 구축에도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K-방산의 재편 논의는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금은 기업 간 경쟁보다 산업 전체의 규모를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화는 KAI와의 파트너십이 강화되면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첨단 기술을 확보해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시장에서 원팀 전략을 통한 수주 확대를 실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남 창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사천(KAI)을 잇는 우주항공 클러스터 구축을 비롯해 장기적으로 고흥·제주로 확장하는 남부권 우주산업벨트로 진화하며 5년 내 3만명 이상의 직간접 고용 확대가 기대된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KAI와 협력 시너지가 본격화되면 국내 방위산업의 외연 확장으로 이어지며 윈윈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출 KAI 사장은 지난 13일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KAI 지분을 한화, LIG 등이 인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에 대해 "여러 기업들이 관심을 가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재까지는 결정된 게 없다고 알고 있지만 정부가 보유한 지분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최종적으로 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