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농심이 신라면 출시 40주년을 기념해 '신라면 매콤 크림 토마토 로제(신라면 로제)'를 선보인다. 크림에 고추장을 섞은 K-로제 제품으로 삼양식품 '로제 불닭볶음면'이 선점한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차이점은 토마토 소스를 더해 기존 로제 맛을 살리면서 한국적인 재해석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오는 18일 '신라면 로제'를 출시할 예정이다. 먼저 접해본 이 제품은 분홍빛 포장지부터 뜨거운 물을 부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려 졸이는 '국물 자작형' 조리 메커니즘까지 경쟁사 제품과 상당 부분 닮아 있다.
다만 신라면 로제는 면이 두껍고 액상 소스를 사용하는 로제 불닭볶음면과 달리 가루 형태의 전첨 분말을 사용한다. 로제 불닭볶음면은 불닭 소스를 베이스로 삼았으나, 신라면 로제는 토마토와 고추장, 칠리, 허브 등의 재료를 넣어 향신료 향을 강조했다.
두꺼운 면을 채택했으나 면 표면에 홈을 파서 굴곡을 만든 덕분에 소스가 잘 배고 식감이 우수하다. 실제 시식해보니 초반에는 은은한 허브 향이 느껴지고 이어 매콤하고 부드러운 맛이 입안을 채운다. 삼킨 후에는 매운맛이 잔여감으로 남아 전체적인 풍미의 깊이를 강조한 것이 특징이다.
반면 로제 불닭볶음면은 매운맛의 직관성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불닭 소스 특유의 강렬한 매운맛이 먼저 다가오며, 부드러운 크림 소스가 뒷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풍부하고 복합적인 향을 전면에 내세운 신라면 로제와 비교해, 로제 불닭볶음면은 원조 K-매운맛의 정체성을 한층 또렷하게 살려내 소비자 취향에 따른 선택 폭을 넓혔다.

신라면 로제는 한국과 일본 시장에 우선 출시된다. 농심은 다음 달부터 봉지면 판매를 시작하고 향후 글로벌 시장으로 판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신제품은 한국 매운맛의 대표인 신라면과 K-소스의 핵심인 고추장의 감칠맛을 조화롭게 담아냈다. 농심은 토마토와 크림을 더해 로제 소스를 한국적으로 풀어내면서 K-로제 트렌드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심규철 농심 글로벌마케팅부문장은 "신라면 로제만의 K-로제 풍미가 전 세계 소비자에게 새로운 매력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전했다.
이 제품이 '모디슈머' 레시피를 바탕으로 기획된 점도 주목된다.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의 합성어인 모디슈머는 자신의 취향이나 제품을 변형해 사용하는 소비자를 일컫는다. 앞서 '신라면 툼바'가 모디슈머 레시피를 바탕으로 출시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소비 시장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구분이 더욱 모호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영애 인천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의 개성이 강해지고 경험과 체험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기존 레시피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공유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산자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측면에서 선호를 형성할 수 있고 이것이 기업에 일종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게 된다"며 "향후 기업과 소비자 간의 상호작용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