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의 총파업 예고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임원들을 소집하는 등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재계에서는 정부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긴급조정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전 부회장은 최근 반도체를 담당하는 DS 부문 임원들을 대상으로 경영 현황 설명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전 부회장은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지금의 호황을 근원적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으로 여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특히 메모리사업부에 대해선 '고객과의 신뢰 관계'를 언급하며 "'을'의 자세로 지원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매출 133조8734억원, 영업이익 57조2328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전 부회장은 이러한 단기 실적 개선에 만족하지 말고 사업 전반의 경쟁력을 끌어 올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이러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경영 메시지로도 읽힌다. 현재 삼성전자는 노조의 총파업 예고로 어수선한 날이 이어지고 있고, 조직 안정화를 위한 임원들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성과급 산정 방식을 놓고 사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노조는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전 부회장은 노태문 대표이사 겸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사장)과 함께 지난 7일 사내게시판을 통해서도 당부 사항을 전달했다. 이들은 "엄중한 글로벌 경영 환경에서 미래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경영진 모두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 여러분도 우리의 미래 경쟁력이 손실되지 않도록 각자 역할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파업과 관련한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진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리기도 했다. 전 부회장과 노 사장은 "회사는 열린 자세로 협의를 이어가며 임직원 여러분께서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현재 삼성전자는 파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도 나선 상태다. 전날(14일)부터 반도체 전 사업장에서 비상 관리 상황에 돌입, 선제적으로 반도체 생산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미리 생산량을 줄여 공장 가동 안정성을 높이고, 인력 부족으로 인한 품질 이슈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는 파업 이슈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에 올라타 경영 고삐를 바짝 죌 시점에 발목을 잡혀 매출과 이익을 일정 부분 포기하게 됐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파업이 현실화돼 이러한 비상 체제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이 최악의 시나리오다. 추후 삼성전자가 주문 물량을 소화하지 못할 경우, 경쟁국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강행된다면 삼성전자의 직간접 피해액은 100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재계에서는 긴급조정권을 발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긴급조정권은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예외적으로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모든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긴급조정권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었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중재로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11~12일 진행한 사후조정 절차에서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자 점차 긴급조정권 검토 가능성이 높아지는 흐름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만약 파업이 발생한다면 긴급조정도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며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하는 순간 2등이 아니라 생존이 어렵게 돼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노사 간 대화가 재개될지 여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중노위가 오는 16일 사후조정을 재개하자고 노조 측에 공식 요청했고, 사측도 공문을 보내 추가 대화를 나눌 것을 제안했다.
노조는 등을 돌리고 있다. 추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성과급(OPI) 투명화·상한 폐지·제도화' 안건에 대한 진정성 있는 답변을 가져오라고 선을 긋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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