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회가 다시 지주에 돈 넣는다"…농협금융 1조 증자에 담긴 '자본 선순환'
  • 김태환 기자
  • 입력: 2026.05.15 09:00 / 수정: 2026.05.15 09:00
농업지원사업비 부담 커진 농협금융 '중앙회 출자'로 자본 환류
CET1 방어·생산적 금융 확대 여력 확보 기대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 /NH농협금융지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1조원 규모의 자본 투입을 검토하면서 농협금융 특유의 자본 부담 구조가 개선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농협금융은 매년 수천억원대 농업지원사업비를 중앙회에 납부해 왔지만, 이번에는 중앙회가 금융지주에 자본을 다시 투입하는 형태라서 농협금융의 자본축적 한계를 보완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내부적으로 NH농협금융지주에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확한 증자 규모와 시기는 이달 말 열리는 이사회에서 논의될 전망이다. 증자가 확정될 경우 중앙회가 금융지주의 자본 여력을 직접 보강하고, 이후 농협금융이 농협은행 등 주요 계열사의 자본 확충을 지원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증자는 단순한 자본 수혈을 넘어 농협금융의 구조적 부담을 완화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농협금융은 농협 브랜드 사용 대가이자 농업·농촌 지원 재원 성격의 농업지원사업비를 매년 중앙회에 납부해 왔다. 이 비용은 농협금융의 정체성과 공적 역할을 보여주는 장치이지만, 금융지주 입장에서는 순이익과 내부 유보 여력을 낮춰 자본비율 관리에 부담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농협금융의 농업지원사업비는 2021년 4460억원에서 2022년 4505억원, 2023년 4927억원, 2024년 6111억원, 2025년 6503억원으로 증가했다. 5년 새 2043억원, 45.8% 늘어난 규모다. 같은 기간 누적 농업지원사업비만 2조6506억원에 달한다.

이번 증자 규모는 지난해 농협금융이 부담한 농업지원사업비 6503억원의 약 1.5배 수준이다. 농협금융이 매년 중앙회에 수천억원대 농업지원사업비를 납부해 온 점을 감안하면, 중앙회의 1조원 출자는 그동안 중앙회로 이전되던 재원의 일부가 금융지주 자본으로 다시 환류되는 상징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농협금융의 자본비율 상황도 이번 증자의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03%로 직전 분기 12.25%보다 낮아졌다. 주요 사업 부문의 수익성이 개선됐음에도 기업여신 확대와 위험가중자산(RWA) 증가가 맞물리면서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오히려 커진 모습이다. CET1은 금융회사가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핵심 자본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만큼, 중앙회의 자본 투입은 농협금융의 추가 자산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직접적인 보강 효과를 낼 수 있다.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도 자본 확충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농협금융은 올해 1월 ‘생산적금융 특별위원회’를 출범한 뒤 3개월 만에 생산적·포용 금융에 총 7조5000억원을 공급했다. 또 경남 창원에 동남권 해양·항공·방위산업 종합지원센터를 열고 향후 5년간 10조원 규모의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앞서 그룹 차원에서는 2030년까지 총 108조원 규모의 생산적·포용 금융을 지원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도 제시했다.

첨단산업·벤처·지역 중소기업 등에 대한 금융 공급은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자본 여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적인 확대가 어렵다.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으로 내부 자본축적이 제한돼 온 농협금융 입장에서는 이번 증자가 구조적 약점을 보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농업지원사업비 부담으로 내부 자본축적에 제약이 있었던 만큼 중앙회의 자본 지원은 의미가 크다"며 "생산적 금융 확대와 기업여신 증가로 RWA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CET1 방어와 여신 공급 여력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지주 차원에서 증자 논의가 있었다"며 "이달 말 이사회에서 관련 안건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