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한국전력이 3조80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국제 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이 2분기 이후 연료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향후 실적 둔화와 주가 하락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 3조7842억원 벌었지만…개미들 시선은 이미 '2분기'로
한국전력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24조3985억원, 영업이익 3조7842억원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0.7%, 영업이익은 0.8% 늘었다. 당기순이익도 2조5190억원으로 6.7% 증가했다. 2023년 3분기 흑자 전환 이후 11개 분기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간 셈이다.
다만 시장 반응은 실적만큼 우호적이지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전망치 4조원대 초반을 밑돈 데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미 2분기 이후 비용 부담으로 옮겨간 탓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와 LNG 가격이 오른 만큼 이익 추정치가 추가로 낮아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비용 부담 조짐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1분기 전기판매수익은 판매량과 판매단가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보이며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자회사 연료비는 원전 예방정비에 따른 발전량 감소와 석탄발전 확대, 유연탄 가격 상승 영향으로 4.1% 늘었다. 민간발전사 구입전력비가 하락하며 일부 비용 부담을 상쇄했지만, 2분기부터는 국제 유가와 LNG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면서 비용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주가 흐름도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올해 초 원전 수출 기대감과 전기요금 정상화 기대를 업고 52주 최고가 6만9500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13일 종가는 전날보다 1.21% 하락한 4만750원에 그쳤다. 고점 대비 40%가량 밀린 수준이다.
실적 발표 이튿날인 14일 오전 11시에도 한국전력은 4.05%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3만9100원을 호가 중이다.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에도 주가가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면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실적 고점이 이미 지나간 것 아니냐"는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 목표가 줄하향…연료비 시차가 주가 발목 잡을까
증권가가 주목하는 변수는 에너지 가격 상승분이 실적에 반영되는 시차다. 한전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2월 말 중동 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와 LNG 가격 급등세가 1분기 실적에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향후 중동 정세가 장기화할 경우 실적과 자금 조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장호 iM증권 연구원은 "2분기 말부터 유가 급등 효과가 반영되기 시작하며 하반기 비용 압박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iM증권은 한전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17조원에서 10조7000억원으로 낮췄고, 목표주가도 6만4000원에서 5만3000원으로 하향했다.
성종화 LS증권 연구원도 비용 부담을 보수적으로 봤다. 성 연구원은 "1분기 원전 발전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2%포인트 축소됐다"며 "하반기 원전 이용률 회복이 예상되더라도 연간 원전 비중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LS증권 역시 한전 목표주가를 7만원에서 5만원으로 29% 낮췄다.
전력도매가격(SMP) 상승 가능성도 변수로 꼽힌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한전의 구매 원가인 SMP가 점진적으로 오를 수 있다고 봤다. 원자재 가격이 일부 안정화되더라도 향후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조정될 여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증권가가 일제히 비관론으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말 원전 수출 창구 일원화 용역 결과와 6월 대미투자특별법 구체화 등이 변수"라며 "해외 원전 진출 기대감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중장기적으로 원전 모멘텀이 주가 하단을 지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결국 단기 주가의 관건은 2분기 이후 연료비와 구입전력비가 얼마나 빠르게 오르느냐다. 한전은 1분기 말 기준 연결 부채 206조4000억원, 차입금 128조2000억원을 안고 있다. 하루 이자 비용만 평균 114억원에 달한다. 실적이 흑자로 돌아섰더라도 재무 부담이 여전히 큰 만큼, 중동 정세와 LNG 가격, 전기요금 정책 변화가 주가 방향성을 가를 핵심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