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에게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를 세입자가 있는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이는 시장에 매물을 끌어내기 위해서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제 손질로 지속적인 매물 출회를 유도할 방침이다. 장기보유특별공제(이하 장특공제) 축소나 보유세 강화 가능성이 거론된다.
1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물건은 이날 기준 6만4383건으로 집계됐다. 서울 아파트 매물은 이재명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연장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난 1월 23일(5만6219건) 이후 지난 3월 21일 8만80건까지 늘었다가 이후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강남권과 한강벨트 중심으로 양도세 중과 시행 전 매도를 통해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분위기가 확산했지만 중과 유예 일몰이 다가오면서 매물이 소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12일 토허구역 실거주 의무 대상을 다주택자 매도 주택에서 전체로 확대하며 매물을 지속적으로 끌어내겠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선 비거주 1주택자뿐 아니라 세입자가 있는 주택 전체에 대해 토허구역 내 실거주 의무를 유예한 것은 정부가 시장에 매물을 유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조치로 본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다음달 지방선거 이후 본격화할 세제 개편으로 쏠린다. 정부는 실거주를 위한 주택 거래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매물 출회를 유도할 추가 대책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도세 장특공제 혜택 축소, 보유세 강화 등이 주로 거론된다.
현행 소득세법은 1세대 1주택에 대해 양도가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12억원 초과주택도 10년간 거주한 뒤 팔면 양도차익의 80%를 공제해주는 장특공제를 두고 있다. 실제 거주하지 않더라도 보유 기간만으로 최대 40% 공제가 가능하다.
정부는 부동산을 장기 보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 장특공제에 대해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난 4일 기자간담회에서 "거주와 보유가 똑같이 (공제율) 40%를 적용하는 게 실거주 위주로 주택시장을 재편하는 데 맞냐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지난달 24일 "살지도 않으면서 투자용으로 사 오래 투자했다는 이유만으로 더구나 고가 주택에 양도세를 깎아주는 것은 주거 보호 정책이 아니라 '주택투기 권장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보유 공제율을 낮추거나 거주 기간에 따라 감면 폭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보유세 강화도 예상된다. 직접적인 보유세 인상보다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인상 가능성이 거론된다.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산정 기준이 되는 핵심 지표다. 주택 시세에 현실화율을 곱해 산출된다. 올해 현실화율은 69%로 4년째 동결됐다. 2023년 이후로 같았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정부의 세법 개정에 따라 인상될 여지가 있다. 현재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등 세제 개선 로드맵을 준비 중인데 현실화율을 시세의 90%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까지 맞물린다면 세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공시가격에 곱해 보유세의 과세표준을 산정하는 비율로 2022년부터 60%로 동결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실거주 유예 확대로) 실제 매물 증가 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며 "비거주 1주택자는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등으로 갈아타기가 쉽지 않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중과 부담이 다시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향후 비거주 1주택자 장특공 축소, 보유세 개편 등 세제 개편이 추가로 이뤄지고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경우 매물 출회는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핵심자산, 즉 '똘똘한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는 당장 매도보다는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또 보유세 부담을 새 매수자에 전가해 전·월세, 매매가가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2018년 9·13 대책 기점으로 다주택자와 관련된 취득, 보유, 양도 과정들에 징벌적 세금 부과 조치가 이뤄졌지만 당시 세금 중과에 따른 가격 조절 장점보다는 '조세 전가' 부작용 이슈가 더 크게 나타났다"며 "증세의 결과는 전·월세, 매매가 등을 오히려 밀어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plusik@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