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손원태 기자] LG생활건강 적자 행진을 끊기 위해 등판한 '로레알 출신' 이선주 사장이 올해 첫 성적표에서 체면을 세웠다. 화장품 사업이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실적 반등의 기대감을 높인 것이다.
하지만 전년 동기 대비 실적은 여전히 하락세다. 이번 반등이 추세적 회복의 신호탄인지, 아니면 전 분기 어닝 쇼크에 따른 기저효과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 1조5766억원, 영업이익 1078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매출은 7.0% 증가했다. 특히 727억원에 달했던 영업손실을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려놓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전년 1분기 실적과 비교하면, 이야기는 180도 달라진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7.1%, 24.3% 감소했기 때문이다. 최악이었던 직전 분기를 기준으로 흑자 전환을 일궜으나, 전년 대비 역성장 기조는 이어지며 '반쪽 선방'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실적 희비를 가른 진원지는 본업인 화장품 사업이다. 지난해 적자 전환과 올해 흑자 복귀 모두 화장품 사업 성적이 좌우했다. LG생활건강이 역성장 굴레를 벗어날 핵심 열쇠도 역시 화장품 사업부가 쥐고 있다는 점을 방증한다.

◆ '더후·중국' 의존증이 독 됐다…20년 만의 적자 충격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은 지난해 2분기 163억원 영업손실을 내면서 20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이후 3분기 588억원, 4분기 814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화장품 사업에서만 연간 97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LG생활건강은 지난해 11월 글로벌 뷰티 기업 로레알 출신의 이선주 사장을 영입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 사장은 키엘과 입생로랑, 메디힐, AHC 등의 뷰티 브랜드들을 성공시킨 마케팅 전문가다.
이 사장은 LG생활건강 경영 키를 잡으면서 '다윈의 진화론'을 언급했다. 가장 강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민첩한 종이 살아남듯, K-뷰티 역시 유연해져야 한다는 논리였다.
LG생활건강 화장품 사업의 기존 공식이었던 '더후'와 '중국' 편중 구조를 깨고, 브랜드와 해외 시장을 다각화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LG생활건강 화장품 매출은 2조3500억원(-16.5%)을 기록했는데, 그중 매출의 약 50%가 더후에서 나왔다. 이 기간 해외 매출도 전년과 비슷한 2조1377억원(+1.2%)으로 집계됐는데, 중국에서만 가장 큰 비중인 36.1%(7719억원)를 벌어들였다.
이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민첩한 대응과 주도적인 조직 변화를 재차 주문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고 주도하는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적자 끊었지만 역성장 극복은 아직…열쇠는 결국 화장품
이 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브랜드 포트폴리오 재편 △고객 경험 혁신 △고성장 지역 집중 육성 △수익성 구조 재조정으로 4대 핵심 과제를 설정했다. 그러면서 더후 그늘에 가려졌던 닥터그루트와 유시몰, VDL 등을 앞세워 미국 공략을 서두르고 있다. 아마존과 틱톡 등 온라인 채널과 세포라 등 오프라인 거점을 동시에 확보해 브랜드 육성과 시장 다각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올해 1분기도 화장품 실적은 여전히 위태롭다. 매출 7711억원과 영업이익 3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3%, 43.2% 급감했다. 특히 화장품 내 더후의 매출 비중이 51%에서 34%로 급락하며 실적 전체에 하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가 지속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명암이 엇갈렸다. 북미 매출은 전년 대비 35.0% 급증한 1680억원을 기록하며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반면 중국 매출은 14.4% 감소한 1788억원에 그쳤다. 북미의 성장이 중국의 부진을 상쇄하는 수준에 머물며, 전체 해외 매출은 전년 수준(+0.9%)에서 정체됐다.
이 사장이 받아든 첫 성적표는 실적 반등의 핵심 열쇠가 결국 화장품 사업에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더후와 중국 중심의 사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사장은 기존 뷰티 사업부와 HDB(홈케어&데일리뷰티) 사업부 중심이던 조직을 △럭셔리뷰티 △더마&컨템포러리뷰티 △크로스카테고리뷰티 △네오뷰티 △HDB 등 5개 사업부로 세분화했다. 그중 HDB 사업부에 있던 닥터그루트와 유시몰을 네오뷰티 사업부로 옮겨 핵심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LG생활건강 측은 "지난해 면세를 중심으로 국내 유통채널을 강도 높게 재정비했으며, 점차 성과로 나타났다"며 "연구개발(R&D) 기반의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으로 브랜드 혁신을 본격화하고 글로벌과 디지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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