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은행권의 가계대출 조이기가 빨라지면서 실수요자 부담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총량관리 기조에 맞춰 시중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가운데, 가계대출금리와 예대금리차까지 확대되면서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쉽게 낮아지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5대 은행의 올해 정책성 상품 제외 가계대출 증가 목표는 합산 4조3366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1분기 실제 가계대출은 오히려 6조4439억원 감소하면서 목표 대비 증감 비율은 -148.6%를 기록했다.
은행별로는 KB국민은행의 가계대출이 1조6143억원 줄어 감소폭이 가장 컸으며, 신한은행은 1조5896억원, 하나은행은 1조5402억원, NH농협은행은 1조3551억원, 우리은행은 3447억원 각각 감소했다. 은행권에서는 통상 1분기 대출 집행이 보수적인 데다, 올해 가계대출 관리 목표가 4월에야 확정되면서 선제적으로 대출 취급을 줄인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관리 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1.5%로 설정했다. 지난해 증가율(1.7%)보다 낮은 수준이다. 금융당국은 오는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추고, 정책대출 비중도 현재 30% 수준에서 20%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주택담보대출에는 별도 관리 목표를 도입하고 월별·분기별 관리 체계를 통해 증가세를 촘촘히 관리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출 문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수요자와 맞닿은 가계대출금리도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2026년 3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가계대출금리는 연 4.51%로 전월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연 4.34%로 전월보다 0.02%포인트 올랐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일반신용대출금리도 연 5.57%로 0.04%포인트, 전세자금대출금리는 연 4.07%로 0.01%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예대금리차 확대도 차주의 금리 부담이 쉽게 낮아지기 어려운 환경을 보여주는 간접 지표로 해석된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3월 5대 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는 평균 1.512%포인트로 전월 평균 1.47%포인트보다 0.042%포인트 확대됐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대출금리는 평균 4.302%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오른 반면, 저축성수신금리는 평균 2.79%로 0.012%포인트 하락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의 정책서민금융 제외 가계예대금리차가 1.64%포인트로 가장 컸다. 이어 NH농협은행 1.55%포인트, 우리은행 1.50%포인트, 하나은행 1.46%포인트, KB국민은행 1.41%포인트 순이었다. 전월 대비로는 우리은행이 0.11%포인트, 하나은행이 0.09%포인트, 신한은행이 0.04%포인트 확대됐고, KB국민은행은 보합, NH농협은행은 0.03%포인트 축소됐다.
금융권에서는 예대금리차 확대가 곧바로 '대출 절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긋는다. 다만 총량관리 기조 속에서 은행들이 주담대와 신용대출 취급을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상황에서 금리 부담까지 커질 경우,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필요한 자금을 구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주택 구입, 전세자금 마련, 생활자금 확보 등 실수요 목적의 차주는 총량관리와 금리 상승을 동시에 체감할 가능성이 크다. 은행들이 대출 증가 목표를 맞추기 위해 한도와 우대금리를 조정하거나 심사를 강화하면 대출 접근성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주담대·신용대출금리가 상승하고 가계예대금리차가 확대되면 차주가 실제로 부담하는 금융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실수요자 보호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융위는 지난 4월 1일 발표한 '2026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에서 금융회사의 올해 가계대출 관리실적 집계 시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중금리 대출 취급분 등에 대한 예외 인정 물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은행권이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공급 체계를 보다 정교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투기성·다주택 수요에 대한 관리는 강화하되, 무주택자 주택구입자금, 전세자금 등 실수요성 자금에 대해서는 한도와 금리 운용을 차별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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