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통합계좌' 유치 서두르는 증권사들…리스크 관리 용이할까
  • 이한림 기자
  • 입력: 2026.05.11 13:57 / 수정: 2026.05.11 13:57
삼성·키움·하나 등 해외 플랫폼 손 잡고 출시 구체화
사후 보고 완화·당국 감시망 공백 등 '숙제'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출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더팩트 DB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하나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를 출시하거나 출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의 '외국인 통합계좌' 도입과 글로벌 픒랫폼 제휴가 활발하다. 7000선을 넘어 8000선을 바라보는 코스피 시장에서 '큰 손' 외국인 자금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나, 일각에서는 불공정 거래와 자금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키움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국내 증권사들은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유치와 시스템 구축 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외국인 종합계좌는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권사에 일일이 계좌를 개설하지 않고도 글로벌 핀테크 플랫폼이나 해외 증권사를 통해 한국 주식을 실시한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금융당국이 올해 1월부터 외국 자본 유입 강화를 위해 통합계좌 개설 주체 제한을 폐지하고, 보고 주기 또한 즉시(T+2일 이내)에서 월 1회로 간소화하는 등 규제 문턱을 낮춘 상태다.

증권사별 행보에서는 글로벌 대형 플랫폼과 파트너십이 구체화되고 있다. 우선 삼성증권은 전 세계에 약 460만개의 고객 계좌를 보유한 미국 최대 온라인 브로커리지업체인 인터랙티브 브로커스(IBKR)와 손 잡고 지난달 말부터 외국인 통합계좌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해외 투자자들이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 그대로 한국 주식을 쇼핑하듯 매매하는 기반을 선제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브로커리지 강자 키움증권도 지난 2월 글로벌 플랫폼 위불(Webull)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외국인 투자 자금 유치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리테일 점유율 1위 노하후를 바탕으로 한국 증시를 주시하는 외국인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속도전도 치열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KB증권과 하나증권은 오는 6월 말 외국인 통합계좌 정식 서비스 출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특히 하나증권은 지난해 홍콩 엠퍼러증권과 거래를 시작으로 최근 일본 캐피탈파트너스증권까지 범위를 확대해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글로벌 현지법인들과 연계를 통해 통합계좌 서비스의 효율성을 높이며 연내 가시적인 서비스 모델 출시를 위한 협의를 지속 중이다. 이 밖에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외국인 통합계좌 서비스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통합계좌 유치에 사활을 거는 배경은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외국인의 시선이나 시장 환경이 달라졌음을 시사한다. 코스피 8000선을 앞두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거래 대금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반면 리스크 관리가 용이할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월 1회 사후 보고 체계는 국내 증권사와 협업해 외국인 통합계좌를 연계할 해외 금융사의 행정 부담을 크게 줄였으나, 공교롭게도 금융당국의 실시간 감시망을 느슨하게 만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집약적인 보고 체계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최종 투자자 식별이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이상 거래 징후가 포착되더라도 실제 주문자를 파악하기까지 최대 한 달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시세 조종이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 거래가 발생했을 때 적기 조사를 방해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여지도 남아 있다.

아울러 국내 증시를 향한 외국인 자금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글로벌 시장을 움직이는 대외적인 변수가 발생한다면 자금이 과도하게 빠져나가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이 우려로 작용하는 대목이다.

통합계좌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인 통합계좌는) 글로벌 자본 유입을 위한 필수 관문이지만, 증권사들에게는 시스템적인 측면에서 무거운 숙제를 동시에 던져주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사후 관리 강화는 물론, 증권사 스스로도 실시간 이상 거래를 탐지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고도화된 모니터링 체계 마련 등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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