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세종=정다운 기자] 인공지능(AI) 붐으로 반도체 산업이 유례없는 호황을 맞으며 코스피 시가총액이 1년 만에 3배 가까이 불어났지만 낙수효과는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기반 자동화와 해외 생산 확대 등이 겹치며 증시와 체감경기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은 6143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111조원) 대비 약 4000조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7.95포인트(p·0.11%) 오른 7498.00에 장을 마감하며 4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코스피 상승은 반도체주가 이끌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1569조원, SK하이닉스는 1201조원을 기록했다. 두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은 전체 코스피의 약 45% 수준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 약 22%(약 460조원)와 비교하면 비중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AI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이 반도체주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반도체 중심으로 증시는 활황이지만 과거 제조업 호황과 달리 낙수효과가 약하다는 분석이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제조업 호황은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고용으로 연쇄 확산하는 구조였지만 최근 반도체 중심 성장은 특정 기업에 집중되는 흐름이 강하다"며 "경제 전반의 기초체력이 골고루 강화되지 못하면 불균형 성장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코스피 상승을 주도하는 AI 반도체 산업은 자동화와 자본집약 특성이 강해 생산 증가가 고용 확대로 이어지는 효과가 제한적인 편이다. AI 기반 자동화가 가파른 만큼,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 산업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낸 ‘주요산업동향(2022년 기준)’을 보면 반도체 산업의 취업유발 효과는 생산 10억원당 1.85명으로 제조업 평균(4.85명)과 자동차(5.41명)를 크게 밑돌았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반도체 산업은 생산성은 높지만 고용 유발 효과는 제한적인 업종"이라며 "최근 증시 활황이 체감경기와 괴리를 보이는 것도 특정업종 중심 성장구조 영향이 크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특정산업 중심 성장구조가 장기화하면 향후 반도체 업황 둔화 시 중소 제조업과 고용, 내수 경기에 ‘도미노식 충격’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코스피 급등과 달리 원·달러 환율은 약 147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과거와 다른 흐름으로 꼽힌다. 이 수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보통 코스피 상승 국면에서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함께 원화 강세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증시와 환율이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짙어졌다. 해외 생산 확대와 대미 투자, 외국인 투자자 환헤지(위험회피) 확산 등이 겹치며 과거와 달리 수출 호황이 국내 고용·내수로 연결되는 구조가 약해졌다는 평가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주가 상승은 AI 반도체 중심 기대감과 시장 유동성이 함께 반영된 흐름"이라며 "특정 업종 쏠림이 강한 만큼 시장에서도 속도 조절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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