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코스피가 최고 7500선까지 오르는 등 고공 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해외에서도 거센 열풍을 일으키고 있어 화제다. 비트코인 등 변동성 높은 가상자산에 몰두하던 해외 큰 손이나 개인 투자자들도 한국의 코스피 시장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점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43% 오른 7490.05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최고가는 7531.88로, 6일 하루에만 6%대 급등하면서 앞자리를 갈아치운 기세를 다시 증명했다.
특히 과거 '박스피'라는 비아냥을 듣던 한국 증시가 최근 유례없는 질주를 이어가자 월스트리트 등 글로벌 금융 허브에서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눈길을 끈다.
'국장 열풍'의 화제성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는 글로벌 핀테크 거물이자 가상자산 대출 플랫폼 컴파운드의 창업자인 로버트 레셔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이다. 그는 최근 자신의 X(엑스·옛 트위터) 계정에 "내 코인 친구들이 일요일 밤 11시(현지시간)에 잠도 안 자고 한국 주식을 하고 있다"고 올려 폭발적인 리트윗을 기록했다.
미국 뉴욕 기준 일요일 밤 11시는 한국 증시가 개장하는 월요일 오전 9시다. 앞서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사기 위해 밤을 지새우며 서학개미를 자처했다면, 최근에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한국 주식을 담기 위해 시차를 극복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진 셈이다.
아울러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 등에서는 하락세를 걷는 가상자산 시장을 뒤로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로고가 선명한 코스피 문으로 들어가는 탈출 밈(Meme)이 확산해 이런 분위기를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로 코스피 광풍에는 기록적인 외인의 순매수세가 있다. 지난 6일(한국시간) 코스피가 최초로 7000선을 돌파한 날 개인과 기관은 각각 5760억원, 2조30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으나 외인은 홀로 3조1348억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종목별로도 '외인이 사면 오른다'는 격언을 증명했다. 외인은 6일 삼성전자 주식을 1184만2188주 순매수하면서 14.41% 급등세를 이끌었다. 지난 3월 이후 50% 밑으로 떨어졌던 삼성전자 외인 보유율도 49.61%까지 끌어올리면서 다시 50% 진입을 목전에 뒀다.
반면 일각에서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크아웃(정점 통과) 경고음도 존재한다. 실제로 외인 투자자들은 코스피가 급등 후 강보합에 그친 7일 장에서 무려 7조원가량을 순매도하면서 차익실현에 집중했다. 8일 장에서도 오전 10시 36분 기준 2조8000억원가량을 팔아치우면서 지수를 7400선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형주에만 외인 자금이 80% 이상 쏠리는 지수 편중 현상도 불안감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한다. 반도체 업황 호전 등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세가 맞물려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여전히 유효하나 업종 간 차별화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코스피에 대한 쏠림은 더 심해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코스피는 4100선으로 추정된다"며 "반도체 이외 업종들은 대부분 코스피 상승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올해 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섹터는 전체 시장의 3분의 1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가 주도하는 장세인 만큼 외인 매수세의 지속성이 관건이나,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주도 쏠림 속 단기 가격 부담 등 차익실현 압력이 존재한다"며 "업종 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될 전망이며, 중동 종전 협상 기대감에 따른 순환매 전개 가능성도 병존한다"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외인의 바이 코리아 지속 가능성, 이익 모멘텀 개선 전망이 동반되는 국면이기에 반도체 등 주도주 중심의 코스피 추가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