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직전 신뢰 저버린 노조…삼성바이오 8일 노사정 면담 분수령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6.05.07 13:27 / 수정: 2026.05.07 13:27
노조 연장 근무·휴일 근무 거부
"생산 현장 위협, K-바이오 위상 흔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앞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달 22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 사업장 앞에서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투쟁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며 창사 이래 최대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파업 이후 노사 대화가 재개 직전 '녹취 공개'와 '형사 고발'이라는 암초를 만나면서다. 파업에 이어 노사 양측이 법적 공방까지 벌이면서 오는 8일 예정된 노사정 3자 면담이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노조는 2차 전면 파업을 검토하는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가운데 시장에서는 파업 리스크가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7일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8일 임금협상에선 회사가 좀 더 나은 제안을 가지고 오길 기대한다"며 "노사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2차 전면 파업을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1~5일 전면 파업을 마무리하고 현재 연장 근무·휴일 근무를 거부하는 출근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노사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측은 전날 오후 예정됐던 대표교섭위원 간 1대1 면담을 전격 취소했다. 노조 측이 지난 5일 인사팀 관계자와 나눈 통화 녹취록 일부를 조합원과 외부 커뮤니티에 공개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측은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사측은 개별 면담 대신 오는 8일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3자 면담을 통해 공식적인 논의를 이어갈 방침이다.

노사 갈등은 단순한 대치 수준을 넘어 법적 공방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측은 지난 4일, 품질 담당자가 아님에도 생산 현장에 무단 출입해 공정을 감시하고 조업을 방해한 혐의로 노조원 1명을 형사고발했다. 바이오 의약품 제조 현장은 엄격한 제조·품질관리기준(GMP)에 따라 출입이 통제되는데, 비인가 인원의 임의 활동이 안전 관리 체계를 훼손했다는 판단이다. 노조 측은 "쟁의 상황에서 안전 작업 여부를 확인한 적법한 활동"이라고 반박했다.

노조는 8일까지 협상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전면 파업에 재돌입해 생산라인을 멈추겠다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측은 이미 지난 1차 파업으로 항암제 등 필수 의약품 생산 차질이 발생해 최고 15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조가 2차 파업을 강행할 경우 손실액은 6400억원 이상으로 불어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양측의 핵심 쟁점인 임금 인상안에서도 평행선이 이어지고 있다. 노조는 임금 평균 14.3% 인상과 함께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경영 환경 등을 이유로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여기에 노조가 인사·채용 의결권 명문화와 무인 공장(다크 팩토리) 도입 시 협의 등 경영권 개입 조항을 요구 조건에 포함하면서 타협점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양측은 오는 8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열리는 노사정 3자 면담을 통해 막판 합의를 시도할 계획이다.

내부 갈등이 깊어지면서 시장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특성상 납기 준수와 신뢰가 핵심인 만큼, 갈등이 길어질 경우 글로벌 고객사 이탈과 신규 수주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주가 역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연초 대비 12%, 지난 1월 고점 대비 약 24% 하락한 상태다. 삼성증권은 목표주가를 기존 220만원에서 21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으며, 다른 증권사들도 실적 추정치 수정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대외 신뢰도 저하가 우려된다"며 "노조가 현실을 외면한 채 무리한 요구를 지속하며 생산 현장을 위협한다면 그동안 쌓아온 K-바이오의 위상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8일 노사정 대화의 결과가 향후 경영 안정성과 주가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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