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김정산 기자] 삼성카드가 대형 가맹점과의 업무 협약을 연달아 성사시키면서 업계 선두로서 존재감을 굳히는 분위기다. 프로모션이나 산발적 할인 행사를 늘리기보단 상품력 제고를 통해 상표 가치를 높이는 행보다. 올해 김이태 삼성카드 사장이 전방위적인 협업을 예고했던 만큼 차기 협업 구도에도 이목이 쏠린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카드는 무신사와 공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제휴카드를 출시했다. 무신사는 지난 2021년 부터 5년여간 현대카드와 PLCC(사업자 표시 신용카드) 파트너십을 이어왔다. 현대카드와의 계약 만료 후 삼성카드가 새 파트너로 낙점되면서 '무신사 삼성카드'가 협약 체결과 동시에 출시됐다.
무신사는 카드업계에서 '대어'로 통한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회원 수 1600만명을 돌파한 데다 소비 유행을 주도하는 10~30대가 대거 포진했다. 같은 기간 온·오프라인 총 거래액(GMV)은 5조원을 돌파했고 오프라인 직영 매장 70여곳을 갖추고 있어 온·오프라인에서 고객 접점을 확보할 수 있다. 무신사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MZ세대 고객 유입과 신판 잔액 확대를 모두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삼성카드는 무신사와 협업 과정에서 특화 혜택 강화에 집중했다. 무신사 결제 시 최대 10%, 일반 가맹점 1% 적립 혜택을 내세웠다. 월 적립 한도는 4만원이다. 앞서 출시됐던 무신사 현대카드의 경우 전월 실적을 달성하면 5% 청구 할인을 월 3만원까지 제공했다. 무신사 충성 고객의 체감 혜택을 높이면서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
지난해 스타벅스와의 업무협약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직전까지 제휴를 맺었던 현대카드 대비 별 적립 효율을 끌어올리면서다. 과거 스타벅스 현대카드가 실적 조건 없이 모든 가맹점에서 3만원당 별 1개를 적립해주는 범용 구조였다면, 스타벅스 삼성카드는 스타벅스 결제 1만원당 별 5개를 집중적으로 제공하는 특화 설계를 택했다. 동일 금액 기준 적립 효율이 15배 높아지는 대신, 스타벅스 이용 빈도가 낮은 고객에게는 체감 혜택이 줄어드는 구조다.
대형마트와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삼성카드는 지난 2023년 이마트 계열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와 손잡고 '트레이더스 클럽 삼성카드'를 출시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롯데마트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롯데마트 삼성카드'를 선보였다.
이 밖에도 지난해 7월 체결한 우리은행 업무협약을 토대로 올해 2월 제휴카드 5종을 출시했다. 지난 3월에는 HD현대오일뱅크와 주유 특화 카드를 선보였다. 이어 △넥센타이어 △메리어트 인터내셔널 △오아시스마켓과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패션·유통·금융·주유·여행 등 소비 전 영역으로 제휴망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카드의 제휴 전략은 김 사장의 전방위적 협업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사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생존을 위해 형식과 틀을 바꾸기 위한 변화를 강조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 신기술 도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한 '미래 준비'와 '전방위적 협업'을 주문했다. 연내 대형 가맹점과의 추가 제휴가 예고되는 이유다.
제휴에 따른 비용 상승은 해결 과제로 자리 잡았다. 올해 1분기 삼성카드의 당기순이익은 1563억원으로 전년 동기(1844억원) 대비 15.3% 감소했다. 영업수익은 20.5% 늘었지만, 영업비용이 37.9%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판관비가 591억원 늘었다. 대손비용(78억원)·이자비용(228억원) 상승폭과 비교해도 단연 높은 수준이며 파생상품 및 외화평가 손실(1609억원) 다음으로 높은 수치다.
업계에서는 무신사·스타벅스와의 제휴 과정에서 추가 비용 부담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두 가맹점 모두 현대카드와 제휴을 맺고 있었던 만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가맹점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제휴카드의 특성상 상품 개발과 제휴 비용을 함께 부담하는 구조는 장점이지만, 제휴 과정에서의 출혈도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카드사와 가맹점 간 제휴에서 협상력은 가맹점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카드사와 제휴를 체결하는 수준의 기업은 이미 탄탄한 회원층과 충성 고객을 보유했기 때문이다. 가맹점 입장에선 제휴를 통해 충성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고 소비를 촉진할 수 있지만 카드사는 '신규 회원'과 '점유율 확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지름길로 통한다. 즉 가맹점보다 카드사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더 큰 셈이다.
이에 삼성카드는 1분기 판매관리비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비용 효율이 악화된 것은 아니란 입장이다. 연간 이용 가능 회원 수와 이용금액이 증가하는 과정에서 연동 비용이 함께 올랐다는 입장이다. 이어 판매관리비용률은 하락하는 등 일부 효율성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도 확대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통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단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우량 제휴사와의 제휴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회원 기반 확대를 위한 노력을 지속한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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