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첫 금통위 앞두고 커지는 '금리 인상론'…한은 기류 바뀌나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5.07 10:08 / 수정: 2026.05.07 10:08
유상대 부총재 "이젠 인상 고민할 때"…한은 내부 첫 공개 시그널
증권가 연내 3.00% 가능성도 거론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신임 총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이후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그동안 이어온 완화 기조에서 벗어나 긴축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기 시작하면서 시장 분위기도 빠르게 달라지는 모습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8일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50%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즉각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매파적 메시지가 나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 인상론이 급부상한 배경에는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의 공개 발언이 있다. 유 부총재는 최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를 멈추고 금리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고위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최근 경제지표는 금리 인상론에 힘을 싣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전기 대비 1.7%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의 기존 전망치(0.9%)를 크게 웃도는 수준으로, 2020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설비투자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물가 흐름도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2.6%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동 리스크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이 물가 상방 압력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도 최근 물가 상방 압력을 공식적으로 점검하고 나섰다. 한은은 지난 6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국제유가 상승과 환율 변동성이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했다. 회의에서는 중동 지역 긴장 고조에 따른 유가 상승이 국내 소비자물가 상방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집중적으로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은은 "향후 소비자물가 경로에는 국제유가와 환율 움직임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밝혔다.

환율 역시 부담 요인이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분기 평균 1460원을 웃돌았다. 고환율은 수입물가를 자극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은의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지난 3월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국내 증권가에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2.5%로 상향 조정하고, 연내 기준금리가 두 차례 인상돼 연말 3.00%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 역시 5월 금통위에서는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향후 6개월 금리 전망 분포가 '인상≥동결>인하' 순으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실제 금리 인상 여부보다 금통위의 매파적 메시지 강화 여부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다만 변수도 남아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3.75%로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현재 정책금리 수준이 매우 적절한 위치에 있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중동 사태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매우 불확실하다. 이미 수년째 인플레이션이 2%를 상회하고 있는 데다 관세 충격도 이어지고 있어, 에너지 충격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 연준 인사들의 발언도 시장 긴장을 키우고 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최근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과 관련해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인플레이션 급등을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용 화학제품과 원자재 재고 감소, 연료비 상승에 따른 운송비 확대 등을 언급하며 공급망 전반의 물가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통화정책 위험이 인플레이션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은 총재들의 잇따른 매파 발언이 글로벌 긴축 우려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연 2.50%로, 한·미 정책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다. 미국의 물가 불확실성이 여전한 가운데 한은이 단독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환율과 외국인 자금 흐름, 국내 가계부채 부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금통위에서 곧바로 금리를 올리기보다는 향후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준의 신호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번 금통위의 핵심은 실제 인상 여부보다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신호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신현송 총재 체제 첫 금통위에서 한은이 물가 대응을 얼마나 강조하느냐에 따라 시장금리와 환율, 부동산 시장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에는 성장보다 물가와 환율이 통화정책 변수로 더 강하게 떠오르고 있다"며 "이번 금통위는 단순 동결 여부보다 한은이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기 둔화 우려 때문에 금리 인하 기대가 우세했지만 지금은 성장률과 물가 흐름이 모두 예상보다 강하다"며 "통화정책 방향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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