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막히자 기업대출로…5대 금융, '생산적 금융' 성적표 갈렸다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5.06 00:00 / 수정: 2026.05.06 00:00
가계대출 감소·기업대출 확대…은행권 성장축 전환 본격화
신한·우리 증가세 두드러져…대기업 중심 확산 속 건전성은 변수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이자이익은 총 13조3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더팩트 DB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이자이익은 총 13조3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5대 금융지주의 올해 1분기 실적이 모두 공개된 가운데 은행권 대출 구조가 뚜렷하게 바뀌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로 주택담보대출 확대가 제한되자 주요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성장축을 옮긴 것이다. 다만 기업대출 확대의 양상은 은행별로 차이를 보이며 '생산적 금융'의 성과도 엇갈렸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금융지주의 1분기 이자이익은 총 13조381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KB금융은 3조3348억원, 신한금융은 3조241억원으로 각각 3조원을 넘겼고, 하나금융(2조5053억원)·우리금융(2조3030억원)·농협금융(2조2143억원)도 모두 증가세를 보였다. 가계대출 증가가 제한된 상황에서 기업대출 확대가 이자이익 방어를 뒷받침했다.

여신 구조 변화는 수치로 확인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의 1분기 말 가계대출 잔액은 619조800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0.32% 감소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주요 은행에서 모두 증가했다. 가계대출 총량 규제로 성장 여력이 제한되자 은행들이 기업금융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은행별로 보면 신한은행의 기업대출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신한은행의 1분기 말 원화대출금은 338조8227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1.4%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45조4675억원으로 9432억원 줄었지만, 기업대출은 3.0% 늘었다. 4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중소기업 대출은 148조원으로 2.0%, 대기업 대출은 452조9000억원으로 6.1% 증가했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안정적인 증가 흐름을 보였다. 국민은행의 1분기 말 원화대출금은 379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0.4% 증가했다. 가계대출은 182조6000억원으로 0.4% 줄었고, 기업대출은 196조4000억원으로 1.2% 늘었다. 하나은행의 1분기 원화대출금은 320조747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9% 늘었다. 가계대출은 0.3% 감소한 반면 기업대출은 1.8% 증가했다.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확대 폭이 컸지만 대기업 중심이라는 특징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1분기 말 원화대출금은 337조825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2% 증가했다. 기업대출 잔액은 184조1000억원으로 2.22% 늘었다. 이 가운데 대기업 대출은 7.5% 증가했지만, 중소기업 대출은 0.4% 감소했다.

NH농협은행도 유사한 흐름이다. 농협은행의 1분기 원화대출금은 308조98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다. 기업대출은 116조82억원으로 2.7% 늘었는데, 세부적으로는 대기업 대출이 24조9760억원으로 9.1% 증가한 반면 중소기업 대출은 91조322억원으로 1.1%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대신 기업·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 왔다. /더팩트 DB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대신 기업·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 왔다. /더팩트 DB

이같은 흐름은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는 대신 기업·산업 자금 공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해 왔다. 특히 반도체·이차전지·방산 등 전략 산업과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은행권에도 관련 대출을 늘리도록 유도하고 있다. 은행권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성장축으로 삼은 배경에는 이 같은 정책 환경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기업대출 확대가 곧바로 생산적 금융으로 이어지느냐다. 다만 1분기 실적을 보면 일부 은행에서는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건전성 지표도 부담 요인이다. 5대 은행의 1분기 말 연체율 단순 평균은 0.40%로 전 분기(0.34%)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대출 확대와 경기 둔화가 맞물리면서 자산건전성에 대한 경계감도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단순한 외형 확대를 넘어 중소기업과 실물경제로 자금이 얼마나 확산되느냐가 '생산적 금융'의 진짜 성적표를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규제 이후 기업대출이 주요 성장 축으로 자리 잡은 것은 맞지만, 단순한 규모 확대보다 자금이 실제 생산 현장으로 얼마나 흘러가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확대 과정에서 건전성 관리가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의 리스크 관리가 올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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