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치료제 '2라운드'…국내 제약바이오, 차별화·다각화로 승부수
  • 조성은 기자
  • 입력: 2026.05.04 12:10 / 수정: 2026.05.04 12:10
근손실·부작용 한계 넘는다…복합기전·장기지속형 개발 경쟁
투약 편의성·가격 경쟁력까지…글로벌 시장 재편 도전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후보물질 다각화와 차별화 전략에 돌입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비만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후보물질 다각화와 차별화 전략에 돌입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뉴시스

[더팩트ㅣ조성은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비만치료제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후보물질 다각화와 차별화 전략에 돌입했다. 기존 글로벌 제품들이 주도하는 시장에서 단순한 체중 감량 효과만으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 아래 근육 손실 방지와 투약 편의성 개선 등 차세대 기술을 앞세워 시장 재편을 노리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이미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 성분의 약물들이 선점하고 있다. 그러나 체중 감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근감소증과 위장관 부작용 그리고 약물 중단 후 나타나는 요요 현상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되면서 국내 기업들은 이를 보완하는 복합 기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 전 과정을 아우르는 'H.O.P' 프로젝트를 가동하며 가장 앞선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임상 3상을 마치고 허가 절차를 밟고 있는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비만 환자에게 최적화된 용량 설정을 통해 서양인 위주의 글로벌 약물보다 부작용을 낮추는 데 집중했다. 후속 파이프라인으로는 근육을 늘리면서 비만을 치료하는 HM17321과 에너지 대사를 동시에 조절하는 삼중작용제인 HM15275를 병행 개발하며 기술적 우위를 점한다는 구상이다.

투약 편의성을 극대화해 환자 순응도를 높이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JW중외제약은 최근 중국 간앤리 파마슈티컬스로부터 도입한 보팡글루타이드의 국내 독점 권리를 확보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이 물질은 기존 제품들이 매주 투여해야 하는 것과 달리 2주 1회 피하주사 방식으로 개발되어 장기 복용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높은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 데이터에서도 기존 글로벌 신약 대비 우수한 체중 감소율을 기록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HK이노엔은 외부 도입과 자체 연구를 결합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미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에크노글루타이드를 통해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는 동시에 최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 설계 플랫폼 기업인 아토매트릭스와 손을 잡았다. AI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크레틴 계열 약물의 부작용인 위장관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저분자 화합물 형태의 신규 후보물질을 발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아에스티는 이중작용제인 DA-1726의 임상을 진행 중이며 종근당은 자회사를 통해 먹는 약 형태인 경구용 제형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단순히 글로벌 트렌드를 쫓는 것이 아니라 각 기업이 보유한 특화 플랫폼 기술을 이식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산 비만치료제의 성패가 임상적 차별화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에도 달려 있다고 분석한다. 대규모 매출을 기록 중인 글로벌 제약사 제품들이 비급여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후발 주자인 국내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 비용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해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시장이 감량 수치 위주의 경쟁에서 유지 효과와 안전성 그리고 복약 편의성을 모두 포함한 패키지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장기 지속형 기술과 신규 기전을 통해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pi@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