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갈라진 삼성전자 노조, 반도체 위주 요구안에 내부 갈등 확산
  • 우지수 기자
  • 입력: 2026.05.04 10:16 / 수정: 2026.05.04 10:16
반도체 위주 요구안에 불만…열흘간 2500명 이탈
총파업 참가 신청 2만6000명, 결의대회 65% 수준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팽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삼성전자 초기업노조가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팽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더팩트|우지수 기자] 이달 총파업을 앞둔 삼성전자 노동조합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노조가 내건 성과급 요구안이 사실상 반도체 부문(DS부문)에 쏠려 있다는 불만이 가전·스마트폰 부문(DX부문) 조합원을 중심으로 터져 나오면서 탈퇴 신청이 가파르게 늘고 있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홈페이지에는 최근 노조 탈퇴를 신청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평소 하루 100건이 채 되지 않던 탈퇴 신청은 노조가 평택캠퍼스 앞에서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던 지난달 23일부터 열흘간 25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총파업 동력도 함께 빠지는 모양새다. 노조 공식 집계 기준 21일 시작되는 총파업에 참가 신청을 한 조합원은 2만6000여명에 그쳤다. 지난달 23일 평택 결의대회에 약 4만명이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도 안 돼 1만4000명가량 줄어든 셈이다.

노조 탈퇴 행렬은 DX부문 소속 조합원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지난 3월 말 공개한 자료를 보면 DS부문 조합원은 5만5822명이고 DX부문은 1만4553명이다. DS부문이 전체의 79.32%를 차지한다. 노조가 내건 핵심 요구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고 상한제를 폐지하라는 것이다. 실적이 부진한 DX부문에 대해서는 별도 요구안을 내놓지 않아 사실상 혜택이 DS부문에 집중되는 구조다.

이 같은 성과급 격차 전망이 노조 불만의 핵심이다. 올해 삼성전자 1분기 영업이익은 57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DS부문이 53조7000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DX부문은 3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 줄었다. 노조 요구가 관철되면 DS부문 임직원은 1인당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DX부문은 조직 개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등에서는 삼성전자 직원으로 추정되는 회원들의 "DS부문 들러리만 서는 셈"이라는 성토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크레인 위에서 발언하는 최승호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지난달 23일 오후 경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조합원들이 크레인 위에서 발언하는 최승호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을 바라보고 있다. /평택=임영무 기자

조합비 인상과 파업 진행 요원 수당 지급 결정도 조합원 이탈에 불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쟁의 기간 조합비를 월 1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고 총파업 기간 15일 이상 활동하는 진행 요원에게 최대 30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서는 DX부문 요구는 반영하지 않으면서 지도부 비용과 진행 요원 수당까지 조합비로 부담해야 하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도입된 조합비 급여 자동 공제 제도도 회사에 노조 가입 사실이 노출되는 것을 꺼린 조합원 이탈로 이어졌다.

앞서 지난 23일 평택 결의대회에서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위원장은 DX 부문 소외 우려에 대한 취재진 질문을 받았다. 최 위원장은 "재원이 이미 사업부별로 분리돼 있어 DS부터 충분히 보상받아야 한다"며 "내년에는 과반 노조로서 추가 재원을 교섭에서 요구할 수 있다"고 답했다. 노조가 내년 교섭으로 미룬 약속이 DX 조합원의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부 동요와 별개로 초기업노조는 강경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 개시일인 2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집회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경영진을 직접 겨냥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삼성전자는 법원에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다.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지난달 29일 첫 심문기일을 열고 오는 13일 추가 심문을 거쳐 20일까지 결론을 내기로 했다. 회사 측은 첫 심문에서 안전 보호시설 정상 유지·운영, 반도체 원판 변질·부패 방지 작업, 생산시설 점거 등 위법 쟁의행위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업노조의 총파업은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18일간 예고됐다. 노조는 파업이 현실화하면 손실 규모가 최대 3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 전체 조합원 7만4000여명 가운데 DX부문 비중은 약 20%에 그치는 상황으로 이탈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파업을 강행할지 주목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노조 내 부문 간 갈등이 깊어지면 쟁의 동력 자체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며 "특정 부문에 쏠린 요구안이 내부 결속을 흔드는 부메랑이 된 모양새로 총파업까지 접점을 찾을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index@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s://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