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했는데…노인 맞춤 주택은 사실상 '빈칸'
  • 이중삼 기자
  • 입력: 2026.05.04 00:00 / 수정: 2026.05.04 00:00
2050년 고령 인구 비중 40% 돌파 전망
"李 주택공급 정책, 청년·신혼부부 중심 대응 강해"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지만 이재명 정부 주택정책 중심축은 상대적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6회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로 진입했지만 이재명 정부 주택정책 중심축은 상대적으로 청년과 신혼부부에 머물러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6회 국무회의 겸 제5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한민국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주택정책 중심축은 여전히 청년과 신혼부부에 머물러 있다. 고령층은 지역사회 내 거주 지속을 선호하는 반면 정책은 신축 공급 확대 위주로 설계돼 수요와 공급 간 간극이 벌어지고 있다. 물량 확충을 넘어 주택 유형 다변화와 돌봄 연계형 공급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전년 65세 이상 인구 1084만822명…전체 21.21%

4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822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5111만7378명)의 21.21%다. 1년 새 58만4040명(5.69%) 늘었다. 2050년에는 고령 인구 비중이 40%를 넘어설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체 인구에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 이상이면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이 같은 인구구조 변화는 주택 유형 재편 필요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재까지 정부 정책은 수도권과 청년·신혼부부·출산 가구 대응에 무게가 실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지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초고령사회 대응을 위한 시니어주택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서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수도권 135만 가구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며 "올해는 수도권 공공택지 5만 가구 이상 착공과 도심 유휴부지 6만 가구 공급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수도권 수급 불안 대응 측면에서는 타당한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며 집값 안정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달 3일 LH 주택공급특별추진본부에서 열린 '수도권 공공택지 속도제고 점검회의'에서 "연도별 착공 물량은 반드시 지켜져야 할 국민과의 약속"이라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속도감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 기조에도 불구하고 고령층을 겨냥한 대응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 부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에서 시니어주택 수요를 정책의 독립된 축으로 다루기에는 아직 미흡하다"며 "단순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거주 지속성과 돌봄 연계를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령친화적 주거 환경 뒷받침 못 해"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822명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822명으로 집계됐다. /더팩트 DB

고령층의 주거 선호는 정책 방향과 괴리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87.2%가 건강이 유지될 경우 현재 주택에서 계속 거주하겠다고 답했다. 더 나은 환경의 주택으로 이동하겠다는 응답은 8.1%, 노인전용주택으로 이주하겠다는 비율은 4.7%에 그쳤다.

건강이 악화된 이후에도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주택에 계속 거주하겠다는 응답이 48.9%로 가장 높았다. 가족과 동거하거나 근거리에서 생활하겠다는 응답까지 포함하면 절반을 넘는다. 반면 노인요양시설 입소는 27.7%, 노인전용주택 이주는 16.5%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고령층 주거 수요의 중심이 기존 주택 기반 거주 지속과 생활 환경 개선에 맞춰져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고령자가 머물고자 하는 기존 주택이 고령친화적 주거 환경을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고령친화 설비를 갖춘 주택은 28.5%에 그쳤고 62.1%는 관련 설비가 없는 상태다.

공급 측면에서도 한계는 두드러진다. 정부는 고령자복지주택 등 특화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지만 공공 중심 소규모 사업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특화주택 상·하반기 공모에서도 각각 368가구·191가구 선정에 머물렀다. 민간 참여 기반도 제한적이다. 금융·세제·도시계획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기존 주택을 고령자가 계속 거주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공급까지 포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행 공급정책은 신축 중심의 목표관리와 공공택지·도심정비 중심의 추진구조에 치우쳐 있다"며 "노인친화적 주택개조와 재가거주를 위한 성능개선은 여전히 정책의 주변부에 머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니어주택 활성화는 일반 주택정책과 구별되는 건설정책 차원의 과제로 별도 접근이 필요하다"며 "단순한 물량 확대가 아니라 실제 비용 부담과 시공 과정을 반영한 실질적 개조 지원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지역별 수요 특성 고려 차별화 전략도 필요"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시니어주택 정책이 물량 확대를 넘어 구조 전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뉴시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시니어주택 정책이 물량 확대를 넘어 구조 전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진단했다. /뉴시스

정부와 국회는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은퇴자마을 조성·운영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고령자가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주거시설과 의료·문화·체육 등 편의시설을 함께 구축하는 내용이다. 이 같은 제도 정비는 고령자 주거를 별도의 정책 영역으로 다루려는 흐름으로 해석된다.

지난 3월 10일 국무회의에서는 LH 등을 은퇴자마을 사업자로 지정해 시니어주택을 건설·분양·임대할 수 있도록 하는 공포안이 의결됐다. 이 부연구위원은 "고령자 주거가 공공임대의 하위 유형을 넘어 독립적인 정책 영역으로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시니어주택 정책이 물량 확대를 넘어 구조 전환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시니어주택을 복지시설이 아닌 독립적인 주택 유형으로 재정립하고 공급 방식 다층화, 사업성 확보, 돌봄 연계 체계 구축 등을 통해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규 공급과 기존 주택 개조를 병행하고 금융 지원 등 제도적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한편, 의료·돌봄 서비스 결합과 지역별 수요 특성에 따른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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