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유지' 관련 가처분 신청이 항고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려아연은 정당한 처분을 받은 것이라며 영풍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영풍은 사건에 관한 판단은 본안 소송에서 계속 다툴 문제라며 입장차를 보였다. 두 회사 간 법적 분쟁은 본안 소송으로 옮겨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민사25-2부(황병하 한창훈 이균용 부장판사)는 지난 29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낸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신청의 항고심에서 영풍 측 항고를 기각했다.
이번 분쟁은 고려아연이 영풍 측 황산 처리 대행 계약을 종료하면서 촉발됐다. 영풍은 지난 2000년부터 경북 봉화군 석포 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을 울산 온산항으로 수송할 때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의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해 왔다. 고려아연은 2024년 이 계약을 종료했다. 이에 영풍은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가처분 1·2심에서 기각됐다. 본안인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시설 노후화와 저장공간 부족, 유해화학물질 관리 부담 등 안전·환경 리스크를 이유로 더 이상 황산 처리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계약 종료 역시 계약상 권리에 따른 조치로,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특히 일정 기간 유예를 부여한 만큼 일방적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논리다.
반면 영풍은 황산 처리 인프라를 고려아연 설비에 의존해 온 구조상 계약 종료가 현실적으로 사업 운영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거래거절은 사실상 사업 방해에 해당하며, 최소한 기존 거래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가처분을 신청한 것이다.
법원은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8월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며 고려아연의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2심 재판부도 계약 종료에 합리적 사유가 존재하고 이를 불공정거래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쟁사 배제를 위한 의도적 거래거절이라는 영풍의 주장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결정 역시 영풍이 자체적인 황산 처리 역량을 확보하지 않은 채 고려아연에 위험물질 처리 부담과 안전 리스크를 전가해 온 행태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영풍은 이제라도 책임은 떠넘기고 혜택만을 누리고자 하는 경영방식을 버리고, 기업 본연의 사회적 책임과 안전 관리 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영풍 측은 본안 소송에서 계속 다툴 문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 관계자는 "가처분 단계의 잠정적 판단일 뿐, 거래거절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와 부당성은 본안 소송에서 다퉈질 사안"이라며 "(고려아연의 영풍 환경오염 주장 관련) "수십 년간 유지된 계약이 경영권 분쟁 이후 갑자기 위험한 거래로 규정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번 결정 고려아연 측이 우위를 확보했지만 황산 거래거절을 둘러싼 양측의 법적 다툼은 계속될 전망이다.
현재 관련 본안 소송은 1심이 진행 중이다. 향후에도 거래거절의 부당성 여부 등이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오는 6월 4일 6번째 변론기일을 연다. 가처분 항고심 결정 이후 첫 변론이어서 재판부의 관련 언급 여부를 두고도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