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입지가 줄어들 전망이다. 닛산과 스바루에 이어 혼다까지 사업을 종료하면서 국내에서 자동차를 직접 판매하는 일본 브랜드는 토요타와 렉서스만 남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고 "2026년 말 한국 자동차 판매 사업을 종료한다"며 "시장 환경 변화와 환율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혼다코리아는 이번 결정을 법인 철수가 아닌 사업 구조 재편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판매를 종료하는 대신 수익성이 검증된 모터사이클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판매 종료 이후에도 차량 유지관리, 부품 공급, 보증 대응 등 애프터서비스는 지속할 계획이다.
혼다는 한때 국내 수입차 시장 확대를 이끈 대표 브랜드였다. 2008년에는 연간 1만2356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1만대' 고지를 넘었다. 그러나 이후 경쟁사 대비 제한적인 라인업과 모호한 시장 포지셔닝이 발목을 잡았다.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한 독일차와 상품성을 끌어올린 국산차 사이에서 뚜렷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어 2019년 한일 갈등 이후 확산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은 판매 감소의 분수령이 됐다. 당시 8760대였던 판매량은 2020년 3056대로 급감했고 이후에도 회복세는 제한적이었다. 최근에는 연간 판매량이 2000대 수준에 머무르며 시장 내 존재감이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북미 생산 모델 중심의 수입 구조로 인해 원 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 점도 수익성 악화를 부추겼다.
혼다는 수입차 업계 최초로 자동차 온라인 판매 체제를 도입하는 등 변화를 시도했지만 구조적 한계를 넘지 못했다. 2004년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26년 3월까지 국내 누적 판매량은 약 10만8600대다.
일본차의 한국 시장 철수는 혼다가 처음이 아니다. 스바루는 2012년 진출 3년 만에 철수했고 닛산 역시 2020년 사업을 접었다. 업계에서는 일본차 브랜드들이 공통적으로 좁은 라인업과 전동화 대응 지연, 브랜드 경쟁력 약화라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수입차 시장은 전동화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기차를 앞세운 브랜드와 독일 완성차 업체들이 신차를 확대하는 가운데 일본 브랜드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략에 머물러 변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혼다의 철수는 개별 브랜드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차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는 흐름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남은 브랜드들 역시 전동화 대응과 상품 경쟁력 확보가 늦어질 경우 같은 고민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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