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베이징(중국)=문은혜 기자] 현대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학습의 시간으로 규정하며 재도전에 나섰다. 탄탄한 현지화 전략과 실행 속도를 앞세워 다시 판을 짜겠다는 구상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24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아이오닉 V' 출시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중국에서 겸손해지는 법을 배웠다"며 "무엇이 잘되고 무엇이 잘 안되는지 끊임없이 분석했고 파트너사와 딜러, 고객들의 목소리를 전략의 출발점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중국의 빠른 변화 속도는 현대차가 전략을 수정하게 된 핵심 배경이다.
우저우타오 베이징현대 동사장은 "이제 중국 소비자는 단순히 전기차라는 이유만으로 차량을 선택하지 않는다"며 "전동화는 기본이고 더 중요한 것은 '지능화', 즉 '스마트화'"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젊은 소비자들은 스마트 캐빈과 스마트 드라이빙 기능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며 "아이오닉 V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자율주행 기술 역시 레벨 3까지 단계적으로 고도화할 계획임을 밝혔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은 변화가 매우 빠른 시장인데 과거에는 의사결정이 늦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번에는 적절한 시기에 결정을 내리며 노하우를 쌓았고 과거와는 분명히 달라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중국 정부가 전기차 지원 정책을 축소하면서 시장 수요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은 변수다. 우저우타오 베이징현대 동사장은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NEV) 산업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취득세 10% 면제라는 혜택을 제공해왔으나 지난해 말부터 5%로 조정이 있었다"며 "이에 올해 1~2월에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NEV 비중이 50% 이하로 줄어들었다가 3~4월에 다시 55% 정도로 회복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이런 때일수록 중국에 특화된 전략으로 공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도전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도약하는 것이 정주영 창업주의 철학"이라며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 세계로(In China, For China, To Global)' 전략의 출발점은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고의 기능뿐 아니라 안전과 품질, 그리고 적정 가격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어떤 기술을 단순히 수입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고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근원 경쟁력을 만들어나가겠다"고 했다.

현대차가 중국 전략모델로 공개한 '아이오닉 V' 경쟁력의 또 다른 축은 디자인이다. 이상엽 현대제네시스 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아이오닉 V는 초기 단계부터 고민이 많았던 프로젝트"라며 "전기차와 SDV 경쟁이 가장 치열한 중국에서 어떤 차가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렌드를 따라가는 안전한 선택과 완전히 새로운 혁신 사이에서 후자를 택했다"며 "리스크가 있지만 중국 디자인팀이 과감하게 도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봤을 때 눈에 띄면서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중요했다"며 "이런 혁신적인 접근이 중국 고객에게 통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중국에서의 성적에 따라 '아이오닉 V' 판매를 아시아·호주·동남아는 물론 중동과 중남미까지 순차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제품에 대한 수요가 있고 관심을 보이는 시장이 많아진다면 즐거운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저우타오 동사장은 "전기차(EV)와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EREV) 두 가지 플랫폼에서 각각 3개의 차종을 계획하고 있으며 2년 내에 6개의 모델 출시할 계획"이라며 "2030년에는 에너지 전략 등을 고려해 더 많은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무뇨스 사장은 "겸손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하는 것은 현대차가 중국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2030년 50만대 판매 목표는 합리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숫자이고 중국 시장을 통해 글로벌 차원의 리스크를 헷징하는 기회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무뇨스 사장은 "50만대 판매가 과거의 성과와 비교하면 작아보일 수 있지만 과신하지 않고 더 겸손하고 치열하게 노력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배움을 통해 전략을 실행하고 조정해 나가면서 최적의 방향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