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SK하이닉스가 또 한 번 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40조원에 근접한 영업이익으로 1분기부터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면서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대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05.5% 늘어난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밝혔다. 같은 기간 매출은 198.1% 증가한 52조576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이로써 SK하이닉스는 1개 분기 만에 다시 실적 신기록을 쓰게 됐다. 회사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2조8267억원, 19조1696억원이다. 이 역시 전년 동기 대비 66%, 137.2% 급증한 수준이었다.
이번 실적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각각 50조1046억원, 34조8753억원이다.
1분기 영업이익률은 창사 이래 최고인 72%에 달했다. 앞서 SK하이닉스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고대역폭메모리 5세대 제품 HBM3E의 공급이 본격화되며 영업이익률이 70%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1분기는 전통적인 메모리 반도체 비수기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호실적 달성은 일찌감치 당연시됐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연이어 넘어서고 있는 흐름인 데다, 이달 초 먼저 1분기 성적표를 공개한 삼성전자가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57조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임에도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로 수요 강세가 이어졌다"며 "HBM·고용량 서버용 D램 모듈·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실적 상승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실적 호조로 SK하이닉스의 1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전 분기 말 대비 19조4000억원 늘어난 54조3000억원을 달성했다. 반면 차입금은 2조9000억원 감소한 19조3000원을 기록하며 35조원의 순현금을 확보했다.
분기 영업이익 40조원을 넘어서진 못했으나,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이제 진입 단계에 불과하다는 분석 속에서 향후 실적 또한 천장을 깰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기존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 영업이익 전망치로 2분기 60조원, 3분기 70조원, 4분기 80조원이 거론돼 왔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200조원 시대를 열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앞서 해외 증권사인 노무라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256조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이 251조원으로, 세계 4위 수준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SK하이닉스 자체 전망도 긍정적이다. 이날 회사는 AI가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다양한 서비스 환경의 실시간 추론을 반복하는 에이전틱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메모리 수요 기반이 D램, 낸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메모리 효율화 기술 확산 역시 AI 서비스의 경제성을 높이고 전체 서비스 규모 확대로 이어져 메모리 수요를 추가로 견인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를 바탕으로 D램·낸드 모두에서 우호적인 가격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D램과 낸드 전반에서 신제품 개발·공급을 이어가며 다양화된 메모리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HBM은 성능·수율·품질·공급 안정성을 통합한 종합적인 실행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D램은 세계 최초로 10나노급 6세대(1c) 공정을 적용한 LPDDR6와, 같은 공정을 기반으로 이달 양산을 시작한 192GB SOCAMM2의 공급을 본격화한다.
낸드는 CTF 기반 321단 QLC 기술을 적용한 cSSD PQC21의 공급을 개시한다. 이어 eSSD 전 영역에 걸쳐 고성능 TLC와 대용량 QLC를 아우르는 라인업으로 AI 수요 전반에 유연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대용량 QLC eSSD에 강점을 보유한 솔리다임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AI 데이터센터와 AI PC 스토리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이날 SK하이닉스는 고객 수요가 공급 역량을 상회하는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며 향후 사업 핵심 경쟁력으로 'AI 시대 구조적 수요 성장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 역량 확보'를 제시했다.
이에 올해 투자 규모는 M15X 램프업, 용인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인프라 준비와 EUV 등 핵심 장비 확보로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중장기 수요 성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전략적으로 확충하겠다"며 "수요 가시성을 고려한 투자를 통해 공급 안정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rocky@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