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공미나 기자] 1100평 넓이에 15m 높이 층고로 지어진 검은 스튜디오. 공간에 압도되는 표현이 떠오르는 이곳은 건자재 회사 동양이 지은 국내 최대 규모 멀티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유지니아'다. 87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에는 이러한 스튜디오가 총 4곳이 지어졌다. 각각 1100평, 950평, 700평, 650평 규모다.
이곳은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시리즈를 비롯해 '크라임씬제로', '데블스플랜' 등 대형 예능의 단골 촬영지다. 넷플릭스 '다이루어질지니', tvN '선재업고튀어' 등 인기 드라마를 비롯해 KBS 'MA1', SBS '비마이보이즈' 등 오디션 프로그램 등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블랙핑크 제니의 'like JENNIE' 뮤직비디오 촬영지도 이곳이다.
동양은 기존 레미콘 사업을 통해 축적한 거점형 부지 자산을 활용해 미래 인프라로 확장하는 전략을 추진 중인데, 스튜디오 유지니아는 그 전략의 일환이다.

과거 사회인 야구장이나 건축자재 야적장 등으로 쓰였던 이곳에 다른 것도 아닌 동양이 콘텐츠 스튜디오를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고대섭 동양 개발사업팀 차장은 "'왜 K-콘텐츠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데, 정작 그걸 찍는 제작 현장은 늘 열악하고 위험할까?'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답했다.
"'이곳을 개발해 단기적 분양 수익을 내기 보다는, 공간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미래 산업 인프라로 전환하자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OTT를 타고 K-콘텐츠의 스케일은 커지는데, 그걸 담아낼 그릇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춘 콘텐츠 인프라 플랫폼을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확신을 가지고 스튜디오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2021년 초반 기획의 첫 삽을 뜬 스튜디오 유지니아의 준공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고 차장은 "단순 시공 비용뿐만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 제작 업계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니즈를 설계에 반영하기 위해 수많은 수정을 거쳤다"며 "그 과정에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 그리고 인내심을 투자했다"고 자부했다.

스튜디오 유지니아는 콘텐츠 제작진이 실제 현장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요소에 중점을 두며 지어졌다. 카메라 앵글과 조명에 제약이 없도록 15m의 유효 층고를 확보하고, 별도의 발전차 없이도 대규모 예능이나 오디션 촬영이 가능하도록 3400kW라는 전력 인프라를 구축했다.
대기실, 휴게시설도 넉넉해 스태프와 출연진의 만족도가 높다고 한다. 각 동마다 VIP 대기실 4곳과 일반 대기실 4~7곳, 회의실, 의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고 차장은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라 여기서 멋진 작품이 나오겠다는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설명했다.
스튜디오는 물류센터나 오피스 등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는 일반적인 상업용 부동산과 달리 단기 대관 구조로 운영된다. 때문에 스튜디오 유지니아가 단기적으로 큰 현금을 쓸어담지는 않지만, K-콘텐츠 성장과 맞물려 필수적인 인프라 플랫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동양 역시 스튜디오 유지니아를 지으며 단순한 임대업이 아니라 운영의 가치에 주목했다.
고 차장은 "고사양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 제작사들과 신뢰를 쌓아가면, 오피스 빌딩 못지않은 견고한 수익 모델이자 산업을 리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현재 유지니아의 가동률은 80% 내외로 일반적인 스튜디오 가동률인 50~60% 보다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동양은 스튜디오 유지니아가 콘텐츠가 만들어지고 축적되는 산업 인프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단기적인 외형 확장보다는 현재 스튜디오 운영의 완성도를 높이고, 콘텐츠 산업 종사자들로부터 제작하기 좋은 환경으로 인정받는 공간이 되는 데 우선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고 차장은 "아울러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이나 제작 생태계와의 연계를 모색하며, 인큐베이팅을 통해 산업 전반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도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향후 동양은 스튜디오 외에도 다방면으로 개발 사업을 계획 중이다. 그 중 하나는 도심형 AI 데이터센터다. 동양은 오래전부터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와 메가트렌드를 연구하며 미래 성장 산업의 수요를 예측했고, 그 결과 오랜 기간 데이터센터 사업을 준비해 왔다.
고 차장은 "마침 기존 레미콘 사업을 영위하며 닦아 놓은 거점형 부지들은 뛰어난 도심 접근성과 풍부한 전력 및 물류망이라는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조건을 가지고 있었다"며 "이 노른자위 땅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해 미래 인프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부천 삼정동과 인천 구월동 프로젝트가 본격적인 개발 국면에 진입해 있다. 이 두 곳은 서울 주요 권역에 지연 없는(초저지연) 실시간 AI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됐다. 고 차장은 "플래그십인 인천 구월동 AI 허브센터는 도심형인 만큼 주민 생활 환경을 위해 소음 및 진동 저감 설계에만 선제적으로 28억 원을 투자하는 등 기술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동양의 목표는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을 읽고 지속적인 운영을 통해 자산 가치가 축적되는 인프라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향후에는 이러한 거시적 수요 예측과 거점형 개발 노하우를 바탕으로,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춘 헬스케어 인프라 등 더욱 다양한 미래 성장 분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난해 유진그룹에 함께 속해있는 유진리츠운용이 리츠 AMC 인가를 받은 것은 동양 개발사업팀에도 중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향후 개발(동양)-금융(유진리츠운용)-시공 및 운영(동양)으로 이어지는 선진국형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기대하고 있다.
고 차장은 "이제는 개발업 자체가 훨씬 고도화돼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저희는 과거 레미콘 공장부터 현재 스튜디오 유지니아까지, 밑바닥부터 공간을 짓고 굴려본 강력한 운영 DNA를 내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희가 스튜디오나 데이터센터 같은 우량 자산을 개발한 후 이를 리츠에 편입시켜 유동성을 확보하고, 그 자산을 전문적으로 위탁 운영하며 공간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끌어올리게 됐다"며 "유진리츠운용과 시너지를 통해 동양은 단순한 시공사나 시행사를 넘어, 자산의 생애주기 전체를 아우르는 선진형 디벨로퍼로 진화하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