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 A지역주택조합 공동시행자인 B건설사는 사업부지 토지를 미리 사들이고 조합이 매도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하도록 협상을 미뤘다. 이후 도급계약 체결 시 자신들에게 유리한 조건의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하지 않으면 땅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른바 '알박기'다. 결국 조합은 사업을 진행하려고 그 토지를 비싼 값에 사야 했다.
#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다수 진행한 C건설사는 조합의 비전문성을 파고들었다. 일부 공정을 제외한 공사계약서와 낮은 도급금액을 제시해 시공사로 선정됐다. 특히 D조합과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도 일부 공정을 빠뜨리고 추후 설계변경을 요구했다. 사업승인도서에 자재 등을 구체적으로 적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추가 반영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늘렸다. 그 결과 934억원 비용을 더 요구하며 조합원에게 부담을 안겼다.
국토교통부가 지역주택조합사업(지주택)의 낮은 성공률과 조합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0월 17일 추가 피해 차단을 위해 초기 진입기준 강화방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정상 사업장의 사업 속도를 높이고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6월 5일 열린 제24회 국무회의에서 "지주택 사고가 대형으로 발생했다"며 "그 문제가 심각하다고 알고 있다"고 지적한 뒤 나온 후속 조치다.
지주택은 무주택자나 전용면적 85㎡ 이하 1주택 보유자가 조합을 꾸려 토지를 확보하고 주택을 짓는 방식이다. 일반 분양보다 낮은 가격에 주택 마련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다만 토지 확보 과정에서 난항을 겪거나 추가 분담금이 늘어나는 사례가 이어지며 조합원 부담으로 이어졌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말 기준 운영 중인 지주택 조합은 618개소로, 절반 이상(51.1%)이 조합원 모집 단계에 머물러 있다. 모집신고 후 3년 이상 조합설립인가를 받지 못한 조합도 33.6%에 달한다. 187개소는 분쟁을 겪고 있다. 조합 운영 부실과 탈퇴·환불 지연·공사비 갈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알박기' 끊는다…토지 95%→80%

국토부는 지주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다섯 가지 핵심 개선방안을 내놨다. 먼저 사업계획 승인을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95%에서 80%로 낮춘다. 업무대행사가 소유한 토지에 대해서는 보유기간 관계없이 매도청구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일부 토지 알박기로 인한 사업 지연·사업비 증가를 막기 위해서다. 사업지 내에 주택을 보유·거주 중인 원주민도 조합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또 조합원 결원이 발생해 충원하는 경우 조합 가입 신청일을 기준으로 조합원 자격을 판단하도록 하는 등 사업이 보다 빠르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했다.
공사비 갈등 구조도 손본다. 그동안 업무대행사는 시공사와 도급계약 체결 시 계약서를 검토할 능력이 없어 조합은 시공사에 유리하게 작성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공사가 조합의 비전문성을 이용해 불리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공사비를 과도하게 늘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정부는 부실한 업무대행사 진입을 막기 위해 '대행업 등록제'를 도입한다. 시공사가 공사비 증액을 요구할 경우에는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 검증을 의무화한다. 공사계약서에 세부산출 근거·증액기준을 명확히 해 공사비 분쟁을 예방한다. 특히 시공사와의 공정한 계약관계가 이뤄지도록 경쟁입찰을 의무화하고 시공사·공동시행이 아닌 조합 단독으로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조합 운영 투명성도 강화한다. 자금 인출과 사용 내역·증빙 자료를 조합원에게 공개하도록 했다. 공개하지 않으면 자금 인출을 제한한다. 정보 공개 대상 자료 범위도 구체화하고 회계 감사도 확대한다. 온라인 총회와 전자 의결도 도입한다. 대리인 범위는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으로 제한해 의사결정 투명성을 높인다. 가입 초기 단계에서 조합원이 사업 가능성 등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도록 탈퇴·환급이 가능한 가입 철회기간도 기존 30일에서 60일로 연장한다.
◆ 김이탁 국토부 1차관 "지주택 피해 상당히 줄 것"

사업 종료 단계 관리도 강화한다. 장기간 정체된 사업은 재의결 절차를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반기마다 사업 정보를 제공해 조합원이 상황을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는 매년 전수 점검을 실시한다. 위험 사업장은 법률 자문과 출구 전략을 지원한다. 임원이 연락 두절 상태이거나 토지 권원을 상실한 경우에는 인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권도 강화한다. 국토부는 개선방안 중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상반기 내 후속 입법에 착수하고 하위법령·표준가이드라인도 조속히 개정할 방침이다.
김이탁 국토부 제1차관은 "이번 대책은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고질적인 지주택 사업 애로요인을 해소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지난해 발표한 초기진입기준 강화와 이번 대책이 작동하면 지주택 피해가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으로 제도 보완은 이뤄졌지만 효과를 단정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조치로 각 사업장들의 사업 추진 속도가 올라가서 주택공급확대라는 정책목표가 탄력받을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며 "워낙에 기존 지주택에 대한 문제점들이 많아서다. 향후의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대책 발표로도 지주택으로 인한 문제가 지속될 경우 그때는 동 제도의 폐지를 포함한 정비도 검토할 수 있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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