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중구=이선영 기자]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공식 취임하며 향후 4년간 한국은행이 집중할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과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국내 성장동력 약화 등을 복합 위기로 진단한 신 총재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최우선에 두면서도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 구조개혁 대응까지 한국은행 역할을 넓히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신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지금 우리 경제가 마주한 대내외 여건은 녹록지 않다"며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압력과 경기 하방압력이 동시에 증대됐고,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정학적 갈등과 인공지능(AI) 기술 혁명, 통상 갈등, 에너지 위기,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까지 겹치며 우리 경제가 대전환기에 놓여 있다고도 짚었다.
신 총재는 이런 환경 속에서 중앙은행 역할을 다시 물어야 한다며 향후 4년간 중점 추진할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우선 첫 번째 과제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위한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내걸었다. 그는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충격으로 물가와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만큼,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도모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 정책 수단 전반을 재점검하고 정부와의 정책 공조,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 강화에도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번째 과제로는 금융안정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제시했다. 신 총재는 오늘날 금융시장이 은행과 비은행, 국내와 해외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자산시장과도 긴밀히 연결되면서 실물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기존 건전성 지표뿐 아니라 시장 가격지표를 적극 활용해 조기경보 기능을 강화하고, 비은행 부문 확대와 시장 간 연계성 강화를 고려해 정보 접근성과 분석 범위를 넓히겠다고 했다. 금융기관의 부외거래와 비전통 금융상품까지 포괄해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역할을 강화할 방안을 유관기관과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세 번째 축은 원화 국제화와 지급결제 혁신이다. 신 총재는 "국제화되고 디지털화된 금융환경에서 화폐의 신뢰와 지급결제의 안정성을 지켜내는 것도 중앙은행의 시대적 소임"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24시간 개장을 추진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을 구축해 외환거래의 접근성과 안정성을 국제 기준에 맞게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원화 기반 자본거래와 실물거래를 촉진하고 원화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통화제도 개편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신 총재는 프로젝트 한강 2단계 사업을 통해 CBDC와 예금토큰의 활용도를 높이고, 국제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디지털 지급결제 환경에서도 원화 위상을 높이겠다고 했다. 다만 원화 국제화와 통화제도 혁신이 금융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변화된 환경에 맞는 거시건전성 체계를 함께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네 번째 과제로는 구조개혁 대응을 제시했다. 신 총재는 인구구조 변화, 양극화, 부동산시장과 가계부채 문제 같은 구조적 이슈를 통화정책과 별개 영역으로 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경제구조 변화가 경제주체 인식과 괴리를 키우고, 이는 결국 통화정책 파급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구조적 과제에 대해 깊이 있는 연구와 정책 제언을 지속해 우리 경제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는 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조직 운영 방향도 함께 제시했다. 신 총재는 한국은행 직원 개개인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조사연구와 정책, 현업과 관리 부문 간 경계를 허물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또 디지털 기술 활용도를 높여 조직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한국은행의 연구와 정책 경험이 BIS와 IMF 등 국제 논의에 더 적극적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 총재는 취임사를 마무리하며 "지금 우리 경제는 불확실성과 변화의 한가운데 서 있고, 풀어야 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며 "한국은행이 신뢰의 중심으로 그 역할을 다한다면 우리 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