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향후 증시 방향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전쟁'이 아닌 '유가'라는 진단이 나왔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는 특정 자산에 대한 집중보다 글로벌 분산이 중요하며, 구조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밸류체인 중심의 접근이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부문 대표는 지난 17일 서울 중구 미래에셋센터원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갖고 "전쟁이 끝나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유가가 이전 수준으로 복귀하느냐 여부"라며 "고유가가 일정 수준에서 고착화될 경우 기업의 비용 구조와 소비 여건, 금리 경로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시장의 기준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최근 증시 흐름을 '타코 트레이드(TACO Trade)'로 규정했다. 지정학적 이벤트로 인해 시장이 일시적으로 조정을 받았다가, 상황 완화 기대감 속에 전고점 수준까지 빠르게 회복하는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전고점까지 회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그 이상 상승하려면 새로운 펀더멘털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금 구간에서는 단순 낙관보다는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유가의 '지속성'에 주목했다. 단기 급등은 기업들이 재고나 비용 조정을 통해 흡수할 수 있지만, 고유가가 장기간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유가가 일정 수준 이상에서 유지되면 기업의 마진이 훼손되고, 이는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기업 실적에 하방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환경에서 투자 전략의 핵심으로는 '분산'을 제시했다. 그는 "일반 투자자가 특정 종목이나 자산에 대해 확신을 갖고 집중 투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글로벌 자산 배분을 통해 변동성을 낮추고, 시장 충격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 비중이 높더라도 지역과 섹터를 분산하면 체감 변동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향후 유망 투자 테마로는 AI를 중심으로 한 구조적 성장 스토리를 꼽았다. 다만 기존과 달리 빅테크 기업 자체보다는 관련 인프라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AI 투자 흐름은 여전히 강력하고, 빅테크 기업들의 자본 지출 계획에도 큰 변화가 없다"면서도 "문제는 이들이 막대한 투자를 집행하면서도 수익성에 대한 검증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테크는 자사주 매입 여력도 줄어드는 등 투자 매력도가 과거보다 낮아진 상황"이라며 "반면 이들이 쏟아붓는 자금이 향하는 반도체,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광통신 등은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투자 축은 AI 인프라 밸류체인"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기존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구독형 소프트웨어(SaaS) 모델은 AI 확산으로 경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AI가 저렴한 비용으로 다양한 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기존 사업 모델의 수익성이 흔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은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자산 배분 측면에서는 채권과 원자재 등 대체 자산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특히 한국 국채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박 대표는 "올해 기업 실적 개선에 따른 법인세 증가로 내년 세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국채 발행량이 줄어들 수 있어 채권 가격 측면에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브라질 국채와 같은 고금리 자산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브라질은 자원 부국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환율 리스크만 관리된다면 매력적인 수익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에 대해서는 "탈달러 흐름과 신흥국 중앙은행의 수요를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지지력이 있는 자산"이라고 평가했다.
국가별 투자 전략과 관련해서는 미국 중심 접근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 검증된 자산은 결국 미국 주식"이라며 "최근 ETF 자금 흐름을 봐도 한국 투자자들이 미국 인덱스 중심으로 다시 이동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은 AI와 소프트웨어 경쟁력에서 압도적인 위치에 있고, 중국은 제조업 기반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은 첨단 제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에 대해서는 "높은 성장 잠재력을 고려할 때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그는 "지금 시장은 단순한 이벤트 대응이 아니라 구조 변화를 점검해야 하는 구간"이라며 "투자자는 단기 변동성에 흔들리기보다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기준으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