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4년 임기를 마치고 공식 퇴임했다. 이 총재 재임 기간은 한국은행이 단순한 금리 결정 기관을 넘어 고물가와 금융불안, 비상계엄, 중동전쟁 등 복합 충격에 대응한 시기로 평가된다. 퇴임사에서는 지난 4년을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니라,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으로 돌아보며 위기 대응과 구조개혁 화두를 함께 남겼다.
이 총재는 20일 한은 별관에서 이임식을 갖고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는 취임 직후 고물가 국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빠르게 끌어올렸고, 2022년 7월과 10월에는 한국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두 차례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는 2022년 4월 1.50%에서 출발해 2023년 1월 3.50%까지 올라갔다.
이후 물가 둔화 흐름이 확인되자 경기 하방 위험을 고려한 인하 국면으로 전환했다.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3.25%로 낮추며 인하를 시작했고, 11월 3.00%, 2025년 2월 2.75%, 5월 2.50%로 조정하며 재임 후반기에는 성장과 금융안정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데 통화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 총재 재임기의 특징은 전쟁과 정치 불안, 금융시장 충격이 이어질 때마다 금리정책뿐 아니라 시장안정 조치를 병행했다는 점이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는 공급발 물가 충격에 대응해 인플레이션 기대를 억제하는 데 정책 초점을 맞췄고,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때는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시장안정을 위해 필요한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달 4일, 6일, 18일 세 차례에 걸쳐 총 19조6100억원 규모의 비정례 RP매입도 실시했다.
특히 이 총재는 계엄 사태에 대한 대응을 한 것이 재임기간 중 가장 보람있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임식 직후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계엄 직후 과거 2번의 선례로 봤을 때, 헌법재판소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면 문제가 없다는 보고서를 신속히 만들고 전파했다"면서 "그 이후 헌재의 탄핵안 인용이 지연될 때는 단정할 수 없어 어려웠지만, 그 이전에 빠르게 대응했던 점이 가장 보람있었고, 경험을 통해 기여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동전쟁 국면에서는 대응 기조가 달랐다. 한국은행은 2026년 4월 10일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하면서, 중동전쟁으로 물가의 상방압력과 성장의 하방압력이 함께 커지고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현재 금리 수준을 유지한 채 사태의 추이와 파급영향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충격의 지속성과 기대인플레이션의 변화 여부를 확인한 뒤 대응 수위를 정하겠다는 접근이었다.
시장 급변기에는 구두 개입성 메시지도 병행했다. 일례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500원을 넘어서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된 2026년 3월 4일에는 이 총재가 직접 중동상황 점검 TF 회의를 주재하며 달러 유동성 상황과 시장 변동 배경을 점검했다. 이어 3월 9일에는 유상대 부총재가 금리와 환율이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돼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며 필요시 적절한 시장안정화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용 체제에서 한국은행의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총재는 재임 초부터 금리 경로와 관련한 조건부 신호를 시장에 제시하는 포워드가이던스 방식을 강화했고, 올해 2월에는 금통위원들의 6개월 후 기준금리 조건부 전망을 점도표 형식으로 처음 공개했다. 시장과의 소통을 보다 체계화하고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려는 시도였다.
한은은 이 총재 취임 직후 블로그를 개설하고, 유튜브·SNS(소셜미디어)를 통해 기준금리 결정배경과 금융시장 흐름을 알기 쉽게 설명해줬다.
특히, 한은의 관심사를 금리와 물가에만 놓지 않고 인구·노동시장 구조의 변화를 반영한 잠재성장률 재추정과 구조적 해법마련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구조개혁 연구시리즈를 통해 △저출생·고령화 △지역균형발전 △교육개혁 △주택금융 △계속근로 등 우리 경제의 장기과제를 공론화했다.
이임사에서도 "통화·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루어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으며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교육, 주거, 균형발전, 청년고용, 노인빈곤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 과제를 계속 연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창용은 3년 취업 제한 기간동안 경제평론가로 활동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창용은 "일각에서 유튜버로 활동한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농담삼아 했던 말이 와전된 것"이라며 "교수 제의도 많은데 강의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성적을 매기는 것이 힘들어 하지 않을 것이다. 경제 평론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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