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이한림 기자] 외국인(외인) 투자자들이 3개월 만에 코스피 월별 매매 그래프에서 순매수로 돌아섰다. 최근 이틀 연속 이어진 매수세 역시 단순히 반등을 넘어 랠리 2막을 여는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5조3000억원가량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2월 21조원, 3월 35조800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흐름이다.
외인은 전날 장에서 8200억원을 순매수하며 30거래일 만에 코스피 지수 6000 돌파를 견인했다. 지난 2월부터 3월까지 이어진 대규모 매도세를 멈추고 4월 들어 보름여 만에 순매수 전환에 성공한 결과다.
외인의 저력은 15일 장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외인은 장 초반 코스피가 전날보다 3%대 오른 6100선을 돌파하는 장에서 이날 오전 11시 기준 4100억원가량의 순매수를 이어가는 중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외인의 귀환을 두고 다양한 시각을 내놓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장기화하면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다소 줄었고, 반도체 업황 회복이나 주요 기업들의 연이은 '역대급' 실적 기대감에 따라 외인들이 다시 국내 증시로 고개를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 먼저 나온다.
특히 코스피 시가총액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향한 외인의 러브콜이 거세다. 외인은 4월 들어 SK하이닉스를 2조8000억원, 삼성전자를 1조9000억원가량 순매수하고 있어서다.
두 종목의 외인 보유율도 이달 들어 급등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말 외인 보유율이 52.69%에 그쳤으나, 14일 기준 53.08%까지 치솟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48.41%에서 49.23%까지 외인 보유율을 늘렸다. 양사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세가 여전한 가운데 외인마저 힘을 보탠다면 주가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증권가에서도 4월 외인 유입에 대한 기대감을 밝게 내다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이익 모멘텀을 고려할 때 외인 수급이 본격적으로 뒤를 받치면서 코스피 역대 최고점인 6300선도 다시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3월 외국인은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의 영향 등으로 한국 주식과 채권 시장에서 순매도를 나타냈다. 그러나 4월 이후 외국인은 실적과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여 코스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증폭될 것"이라며 "코스피는 반도체 중심의 실적 호전 사이클 진입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할 전망이다. 올해 목표지수인 7500선은 가시권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반면 일각에서는 대외적인 변수를 비롯해 급등한 원·달러 환율 등 외인의 매수세를 방해할 요소들도 남아 있어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환율 상승은 외인에게 환차손 위험을 넘어 수급에 악재로 작용할 여력이 높다. 1500원선을 위협하는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하면 최근 매수세가 단기적인 저가 매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뒤로 밀리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미국의 탄탄한 경제 지표로 고금리 상황이 유지되면서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신흥국 증시로 분류되는 코스피에서 외인 자금이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김준영 iM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경로를 불확실하게 만들며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하고 있고, 전쟁 리스크, 원화 약세 등이 중첩된 상태"라며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 심화, AI(인공지능) CAPEX(생산능력) 성장률 체감 등의 이슈 속에서 현재의 이익 모멘텀이 내년에도 지속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신을 갖기 어렵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