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억 금융사고' 신한證은 통과, 메리츠는 지연…발행어음 인가 '형평성' 논란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4.15 13:00 / 수정: 2026.04.15 13:00
삼성證 8호 진입 가시화…메리츠 인가 제외
신한證, 1300억 사고에도 인가 통과
"리스크는 선택적 적용"…업계 불만 확산
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가 지연된 가운데, 1300억원대 금융사고를 겪은 신한투자증권은 인가를 통과하면서 금융당국 심사 기준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영무 기자
메리츠증권 발행어음 인가가 지연된 가운데, 1300억원대 금융사고를 겪은 신한투자증권은 인가를 통과하면서 금융당국 심사 기준의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사업 인가가 예상과 달리 지연되면서 금융당국의 심사 기준을 둘러싼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13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를 겪은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인가를 통과한 반면, 메리츠증권은 심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 8일 삼성증권에 대한 단기금융업(발행어음) 인가 안건을 심의했다. 해당 안건이 15일 정례회의를 통과할 경우, 삼성증권은 한국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KB증권·키움증권·하나증권·신한투자증권에 이어 8번째 발행어음 사업자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반면 메리츠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지정 및 발행어음 인가 안건은 이번 증선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됐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과 동반 인가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결과는 엇갈렸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투사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단기금융상품이다. 자기자본의 최대 200%까지 자금 조달이 가능해 증권사의 투자은행(IB) 사업 확대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꼽힌다. 특히 정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강조하면서 발행어음 사업자의 역할도 더욱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의 인가 지연 배경으로는 사법 리스크가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관련 불공정거래 의혹으로 메리츠증권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점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업 인가 심사 과정에서 형사소송이나 당국의 조사·검사가 진행 중일 경우 해당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심사가 중단될 수 있다. 이번 사례 역시 해당 규정이 적용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로 인해 메리츠증권의 IB 확대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발행어음은 대규모 자금을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인가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인수금융 등 전통 IB 부문의 투자 여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요청하는 자료를 성실히 제출하고 있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발행어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ETF 유동성공급(LP)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1300억원대 손실을 은폐하고 허위 이익으로 조작한 내부통제 사고로 논란이 불거졌다. /신한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ETF 유동성공급(LP)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1300억원대 손실을 은폐하고 허위 이익으로 조작한 내부통제 사고로 논란이 불거졌다. /신한투자증권

반면, 이와 대조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1300억원대 금융사고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발행어음 인가를 통과한 바 있어 인가 기준을 놓고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12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발행어음 인가를 승인받았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2024년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LP)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1300억원대 손실을 은폐한 내부통제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직원들이 손실을 허위 이익으로 조작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해당 사안에 대해 '기관경고' 제재를 내렸다. 이는 중징계에 해당하지만, 발행어음 인가 결격 사유인 '영업정지 이상'에는 해당하지 않아 법적 제약은 없었다. 결국 신한투자증권은 경영진 교체와 조직 개편 등 사후 개선 조치를 반영해 인가를 획득했다.

결과적으로 두 회사의 차이는 '리스크의 성격'과 '절차의 시점'에서 갈렸다는 분석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사고에 대한 제재가 마무리된 반면, 메리츠증권은 사법 리스크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이 인가 여부를 가른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례를 두고 금융당국이 사고의 규모나 성격과 무관하게 '선별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내부통제 실패로 수천억원대 손실이 발생한 경우에도 인가가 허용된 반면,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사안은 심사 단계에서 배제되는 등 일관된 잣대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손실 은폐라는 중대한 내부통제 실패에도 인가가 허용된 반면, 메리츠증권은 혐의가 확정되지 않은 단계에서 기회가 제한됐다"며 "어떤 리스크는 용인되고 어떤 리스크는 배제되는 구조라면 시장에서는 '기준이 없다'는 인식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인가 판단의 예측 가능성과 신뢰를 높이기 위해 보다 명확한 기준 제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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