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윤경 기자] 고물가와 고금리의 파고 속에 한국 소비 시장의 '허리'가 사라지고 있다. 초고가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와 초저가 플랫폼 다이소로 수요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모래시계형' 소비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루샤의 한국 매출 합산액은 5조원에 육박하는 4조9924억원을 기록했다. 샤넬코리아는 매출 2조130억원(전년보다 9%↑)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2조원 고지를 밟았고, 에르메스코리아 역시 1조1251억원(16.7%↑)으로 1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또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조8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6.1%늘었다.
이들 브랜드는 내실까지 챙겼다. 샤넬코리아의 영업이익은 33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5% 늘었으며, 루이비통코리아(5256억원)와 에르메스코리아(3055억원)도 각각 35.1%, 14.5% 성장했다.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대체 불가능한 자산'으로 인식되는 초고가 브랜드에 자산가들의 수요가 집중된 결과다.
반면 반면 명품 시장 내에서도 중간 가격대 브랜드의 입지는 급격히 좁아지고 있다.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매출은 773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1% 급감했고, 영업이익(1292억원)은 43.0%나 빠졌다.
펜디코리아(877억원)와 페라가모코리아(828억원)도 20%대 하락세를 보였다. 자산가들보다 경기에 민감한 중산층이 주로 소비하는 '엔트리 명품(입문용 명품)' 브랜드부터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 절벽'의 반대급부는 초저가 시장으로 쏠렸다. '가성비'의 상징인 균일가 생활용품점 아성다이소가 지난해 매출 4조5364억원(14.3%↑), 영업이익 4424억원(19.2%)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9.8%에 달하는 다이소의 영업이익률은 3% 내외에 머무는 일반 대형 유통사를 압도한다. 생필품부터 뷰티, 패션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불황 속 서민들의 '합리적 탈출구'가 됐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전문가들은 자산 양극화가 소비 구조를 완전히 재편하며 이러한 소비 양극화 현상은 국내외 관계없이 더욱 고착화될 것이라 진단한다.
이정희 중앙대학교 교수는 "명품은 전체 소비자를 상대로 한 시장이 아니기에, 결국 소득 상위 계층의 수요가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최근 주식 시장 활황으로 고소득층의 자산 증식이 이뤄진 만큼 명품 수요가 커졌고, 이것이 소비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킨 원인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루샤'로 명품 선호가 쏠리는 현상에 대해서는 "명품 소비가 이미 대중화되었기 때문에, 명품 시장 내에서도 차별화를 두려는 '구별 짓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고소득층은 가격 변화에 둔감하고 구매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전략이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수 침체 장기화로 소득은 정체된 반면 물가는 가파르게 오르면서, 서민들은 가성비 매장에서 작지만 확실한 가치를 찾으려 한다"며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수록 이러한 소비 양극화 현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전 세계적으로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