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KB국민은행이 신용보증기금과 손잡고 6000억원 규모의 보증부 기업대출 지원에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단순한 정책 협약을 넘어 가계대출 총량 관리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대형 시중은행의 성장축이 기업금융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부동산으로의 자금 쏠림을 완화하고 생산적 금융을 확대하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만큼 국민은행이 이를 얼마나 실질적인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3일 신용보증기금과 '생산적금융 확대 및 성장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과 '지역특화 생산적금융 확대 및 성장 회복을 위한 금융지원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에 따라 국민은행은 신보에 170억원을 특별출연하고, 이를 바탕으로 총 6000억원 규모의 보증서 담보대출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 대상은 신성장동력산업 영위기업, 유망창업기업, 수출·해외진출기업, 고용창출기업 등 우수 중소기업과 비수도권 소재 기업 등으로 나뉜다. 일반 협약 기업은 3년간 100% 보증비율 우대 또는 2년간 총 1.0%포인트 보증료 지원을, 지역특화 협약 기업은 3년간 100% 보증비율 우대 또는 3년간 총 1.8%포인트 보증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최근 금융권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기업금융, 특히 정책 보증과 연계된 생산적 금융 분야를 새 성장축으로 키울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
국민은행의 기업대출 확대 흐름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은행별로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국민은행이 194조1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신한은행 187조8056억원, 우리은행 180조4450억원, 하나은행 176조2320억원 순이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708조697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2조8893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증가폭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이 약 10조원으로 가장 컸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7조원대 증가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은행은 기업대출 잔액이 감소했다.
금융위원회도 올해부터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상향하는 등 부동산 쏠림을 줄이고 생산적 금융을 유도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상태다. 은행 입장에서도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 그중에서도 정책 목적이 분명한 영역으로 무게를 옮길 유인이 커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최근 금융지주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그만큼 사회적 역할과 자금중개 기능에 대한 주문도 받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농협·iM·BNK·JB·한투·메리츠 등 금융지주 10곳의 지난해 순이익은 26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실적이 좋아질수록 배당과 자사주 매입 같은 주주환원 요구가 커지는 동시에 생산적 금융과 기업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정책 압박도 강해지는 구조다. 은행들로선 '얼마나 벌었는가' 못지않게 '어디에 돈을 공급했는가'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에서 KB국민은행의 이번 협약은 상징성이 작지 않다. 보증부 대출은 상대적으로 신용위험을 분산할 수 있고 중소기업이나 지역기업 지원이라는 정책 목적도 분명하다. 특히 신보 보증을 활용한 대출은 은행이 단독으로 위험을 떠안는 일반 기업대출과는 결이 다르다.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진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와 생산적 금융 확대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은행들로선 상대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번 흐름은 국민은행만의 움직임으로 보긴 어렵다. 신용보증기금은 같은 날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과 함께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생산적금융·지역특화 금융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을 통해 우수 중소기업에 7700억원, 비수도권 기업에 6190억원 규모의 우대보증이 공급될 예정이다.
국민은행도 이번 6000억원 협약 외에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KB금융은 지난달 그룹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열고 올해 국민성장펀드 2조원, 그룹 자체투자 3조원, 기업대출 12조원, 포용금융 3조원 등 총 20조원 규모의 생산·포용금융 실행 계획을 밝혔다. 이와 함께 KB국민은행은 올해 KPI를 개편해 생산적금융 관련 별도 지표를 신설했고, 영업점 수익성과 성장성 평가 전반에 우대 기준도 마련했다. 여기에 국민은행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과 13일부터 정책자금 이용기업을 대상으로 6조원 한도의 특별 금리우대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로 했다.
다만 관건은 이런 협약이 일회성 지원을 넘어 실제 성장 전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느냐다. 대형 시중은행의 수익 구조는 여전히 이자이익 비중이 높고, 기업금융 확대 역시 단순 대출 공급만으로는 차별화가 쉽지 않다. 생산적 금융은 정책 취지와 사회적 명분은 분명하지만, 수익성과 건전성, 자본 효율성을 함께 따져야 하는 영역이다. 국민은행이 이번 협약을 계기로 기업금융 내에서 어떤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이를 얼마나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지역특화 협약을 별도로 운영한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수도권 쏠림이 심한 금융 현실에서 지역기업 지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단순한 여신 확대보다 정책성과 명분을 함께 고려한 행보다. 생산적 금융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결국 공급 규모보다 실제 자금 수요가 있는 기업으로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되느냐가 중요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 KPI에 반영되기 시작한 만큼 앞으로는 은행들이 실적뿐 아니라 대출 포트폴리오의 질까지 함께 보여줘야 하는 국면"이라며 "국민은행처럼 보증기관과 손잡는 방식은 대형 은행들이 가장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확장 경로 중 하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