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이중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에 '시간'을 풀었다.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토지거래허가 신청만으로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기준을 완화하면서다. 집값 반등 조짐과 매물 감소가 맞물린 상황에서 매도 여건을 넓히겠다는 판단이 깔렸다.
◆ 허가 신청분까지 중과 제외…규제 완화
정부는 다음 달 9일 종료되는 양도세 중과 유예를 앞두고 보완책을 내놨다. 재정경제부·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는 지난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보완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일 국무회의에서 제도 보완을 지시한 지 사흘 만에 나온 조치다. 이 대통령은 "이달 중순이 되면 허가 승인 절차까지 시간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며 "허가 신청을 한 경우까지는 허용을 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밝혔다.
보완책의 핵심은 적용 범위 확대다. 기존에는 매매계약 체결분만 중과 배제 대상이었지만 당일 토지거래허가 신청분까지 넓혔다. 허가 심사 기간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여 매도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다만 거래를 완료해야 하는 기한은 그대로다. 서울 강남·서초·송파·용산구 등 기존 조정대상지역 주택은 계약일 기준 4개월 이내인 9월 9일까지, 지난해 10·15 대책으로 규제지역에 포함된 곳은 6개월 이내인 11월 9일까지 양도를 마쳐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임대 중인 주택을 무주택자에게 매도하는 경우 규제도 일부 완화된다. 다음 달 9일까지 시·군·구청에 허가를 신청하면 매수자에게 적용되는 실거주 의무와 주택담보대출 관련 전입 의무가 유예된다.
실거주 의무는 지난 2월 12일 기준 체결된 임대차계약상 최초 계약 종료일(2028년 2월 12일)까지 미뤄진다. 전입 의무 역시 대출 실행일 기준 6개월 또는 임대차계약 종료 후 1개월 중 더 늦은 시점까지로 늦춰진다. 정부는 '소득세법 시행령'과 '부동산거래신고법 시행령' 개정안을 오는 17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이달 내 공포·시행할 계획이다.
◆ 매물은 줄어드는 추세…대출 규제 변수

매도 여건 개선과 함께 금융 규제 변수도 동시에 작용한다. 금융당국은 지난 1일 '2026년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의 담보대출 만기 연장을 막는 것이 골자다.
다만 매도계약이 체결된 주택이나 어린이집·준공 후 미분양 주택 등은 보유 주택 수에서 제외한다. 불가피한 사유가 인정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만기 연장을 허용한다.
매물은 줄어드는 흐름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21일 8만80건을 기록한 뒤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상급 지역에서는 급매가 소진됐고 중저가 지역에서는 실수요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가격 상승세는 주춤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은 0.10%로 전주(0.12%)보다 축소됐다. 상승 폭이 줄어든 건 3주 만이다.
◆ "일부 매물 회수 막는 효과…큰 변화 이어지긴 어려워"

시장에서는 매물이 쏟아지긴 어렵다고 보고 있다. 기존 매도 흐름을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수준이라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예 종료 시점을 늦추는 효과가 있어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다"며 "적용 대상이 다주택자로 제한된 만큼 시장 전체를 흔들 정도의 변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는 다음 달 9일까지 계약이 아닌 토허제 신청만으로 중과를 피할 수 있게 됐다"며 "그러나 주택에 대한 의사결정의 현실적인 소요 기간 등을 감안하면 퇴로 시점이 고정된 상황에서 한달여의 시간이 더 주어진다고 해도 매도 의사가 없던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뛰어들기는 어려운 이슈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매물 회수 경향을 막는 효과는 있겠지만 현실적 맹점은 주택에 대한 매도 의사결정이 한달여를 앞두고 갑자기 이뤄지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평가 속에 정부는 추가 제도 손질도 검토하고 있다. 세입자가 있는 주택을 매도하려는 1주택자에 대해서도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1주택자들의 문제 제기가 적지 않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1주택자들도 '세 놓고 있는 집을 팔고 싶은데 왜 우리는 못 팔게 하느냐'는 반론이 많다"며 "단기간 갭 투기를 허용하는 꼴이 돼서 다주택자에게만 그런 기회를 부여했다"고 밝히며 제도 개선을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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