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다시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3월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365억5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1월 23억9000만달러 순유입에서 2월 77억60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선 데 이어 3월에는 유출 폭이 한층 커진 셈이다. 한국은행은 "국내 외환부문에서 원·달러 환율이 상승했고 외국인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순유출됐다"고 짚었다.
이번 자금 이탈은 규모와 속도 모두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 1분기 외국인 증권자금은 419억2000만달러 순유출을 나타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순유입 규모인 420억6000만달러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불과 석 달 만에 지난해 들어왔던 외국인 자금이 사실상 대부분 빠져나간 셈이다..
특히 주식시장에서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외국인 주식자금은 433억3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주식자금 순유출 규모가 70억7000만달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 석 달 동안 빠져나간 자금만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치의 6배를 웃돈다.
3월 한 달만 놓고 봐도 주식자금은 297억8000만달러 순유출됐고, 채권자금도 67억7000만달러 순유출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은 "주식자금의 경우 차익실현 매도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로 위험회피 심리가 가세하면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채권자금 역시 국고채 만기상환과 낮은 차익거래 유인에 따른 재투자 부진 등으로 순유출 전환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단기 차익거래 유인은 2월 평균 12bp에서 3월 1bp로 급감했다.
외국인 이탈은 환율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 등으로 상당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원·달러 환율은 2월 말 1439.7원에서 3월 말 1530.1원으로 뛰었고, 4월 7일에도 1504.2원으로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 3월 중 원·달러 환율의 일평균 변동폭도 11.4원으로 2월 8.4원보다 확대됐고, 변동률은 0.58%에서 0.76%로 높아졌다.
대외 환경도 녹록지 않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중동지역 분쟁 지속 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높은 변동성이 이어졌고, 미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 WTI 가격은 2월 말 배럴당 67.0달러에서 4월 7일 113.0달러로 68.5% 급등했고, 달러화지수(DXY)도 같은 기간 97.6에서 99.9로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