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증시 호황으로 거래대금이 급증하며 증권업계 전반의 실적 개선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형 증권사와 중소형 증권사 간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다만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처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중심으로 온라인 전략에 집중한 일부 증권사들은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차별화된 성과를 내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미래에셋·NH투자·삼성·메리츠증권 등 자기자본 상위 5개사의 지난해 합산 순이익은 약 6조4000억원에 달했다. 거래대금 증가에 따른 브로커리지 수익 확대에 더해 기업금융(IB), 자산관리(WM), 트레이딩 등 다변화된 수익 구조가 실적 개선을 견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중소형 증권사도 실적 자체는 반등했으나 체급 차이는 여전히 큰 상황이다. 지난해 교보·한화·현대차·신영·유안타 등 자기자본 3조원 미만 상위 5개사의 합산 순이익은 5261억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집계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021년 순영업수익을 100으로 가정할 경우 2025년 대형 증권사는 111 수준까지 회복된 반면, 중소형사는 76 수준에 머물렀다고 분석했다. 과거 실적 정점과 비교해도 회복 속도 자체가 크게 벌어지며 양극화가 구조적으로 고착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중소형 증권사 내에서도 온도차는 존재한다. MTS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증권사들은 오히려 높은 수익성을 기록하며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는 토스증권(72.59%)으로, 카카오페이증권(22.22%), 키움증권(19.89%)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투자증권(16.95%), 삼성증권(13.33%) 등 전통 대형사의 ROE가 10%대에 머문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 측면에서 오히려 우위에 있다.
인당 생산성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난다. 키움증권의 임직원 1인당 세전이익은 9억1800만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토스증권도 7억원 수준으로 뒤를 이었다. 전통 대형사 가운데 가장 높은 한국투자증권(5억8800만원)과 비교해도 격차가 존재한다.

이 같은 차이는 비용 구조에서 비롯된다. 온라인 기반 증권사들은 오프라인 지점과 대규모 인력 부담이 적어 고정비가 낮고, IT 인프라 위에서 거래가 늘어날수록 추가 비용 없이 수익이 확대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개인 투자자 저변이 확대될수록 수익성이 자연스럽게 개선되는 '플랫폼형 모델'이 작동하는 셈이다.
토스증권 관계자는 "플랫폼 기반 리테일 중심 전략과 슬림한 비용 구조가 수익성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졌다"며 "온라인 기반 증권사는 고객 증가가 비용 증가로 직결되지 않는 구조적 강점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대형 증권사들은 IB, WM, 트레이딩, 글로벌 사업 등으로 수익원을 다변화하며 시장 변동성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고 있다. 반면 상당수 중소형 증권사는 브로커리지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담까지 이어지며 실적 회복 속도가 제한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자본 요건이 높은 사업이 대형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격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대형사들이 리테일과 IB 전반을 아우르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반면, 중소형사는 기존 강점 영역에서도 경쟁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형 증권사들은 중소·중견기업 대상 기업공개(IPO), 구조화 금융, 메자닌 투자 등 틈새 IB 시장 공략과 함께 WM 강화, 디지털 전환 등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결국 체급이 아닌 '구조'가 성패를 가르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대금 증가만으로 모든 증권사가 함께 성장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며 "디지털 경쟁력과 전문성 확보 여부에 따라 증권사 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