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 | 문은혜 기자] 미국과 이란이 2주간 휴전에 합의하고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기로 하면서 국내 산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렸다. 다만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여파가 워낙 컸던 데다 실제 물류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각)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완전하고 즉각적이며 안전하게 개방한다는 데 동의한다는 조건으로 이란에 대한 폭격과 공격을 2주간 중단하는 데 동의한다"며 "이것은 쌍방간 휴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이란이 이 휴전안을 받아들였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주간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통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에 "이란에 대한 공격이 중단된다면 우리의 강력한 군대도 방어 작전을 중지할 것"이라며 "2주 동안 이란군과의 공조, 기술적 제한 사항에 대한 적절한 고려 하에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안전한 통행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격적인 휴전 합의에 국제 유가는 즉각 반응했다. 전쟁 이후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과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휴전 소식 직후 10% 이상 급락하며 배럴당 90달러대 중반까지 떨어졌다.
미국과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 2월 28일 이후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돼 전 세계에 공급 충격을 야기했다.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가는 이 길이 막히자 국내 산업계도 원유와 나프타 도입 차질, 운임 급등, 재고 불안 등으로 '초비상 체제'에 들어간 상태였다.
다행이 이번 휴전으로 2주간 시간을 벌게 된 산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상황이다. 다만 단기적인 안도와 중장기 불확실성이 공존하면서 긴장의 끈은 놓지 못하고 있다.
가장 타격이 컸던 정유·석화 업계는 단기적으로 원료 수급 불안이 일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유조선 운항 재개와 물량 도착까지 최소 1~2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생산 정상화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국내 정유사와 관련된 유조선 7척의 통항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에 발이 묶여 대기 중인 유조선 총 7척 가운데 4척은 국적 선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적재된 원유 물량만 약 1400만 배럴 규모에 달한다.
호르무즈 봉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온 해운업계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 해운업계는 전쟁 기간 동안 선박 공격과 기뢰 위협으로 호르무즈 통과 선박이 급감하고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하면서 타격이 컸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안에 아직까지 대형 유조선 8척을 포함한 한국 국적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73명이 갇혀 있어 봉쇄 해제가 절실한 상황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휴전 소식에도 불확실성은 남아있다"며 "지금까지 전쟁 상황이 시시각각 변해온 만큼 신중하게 상황을 판단해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말이다.
항공업계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쟁 기간 동안 항공유 가격이 급등하고 일부 중동 항로가 제한되면서 운항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항공유 가격은 전쟁 이후 두 배 가까이 상승하며 항공사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다. 휴전으로 급락한 국제유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향후 비용 부담은 완화될 전망이다. 다만 단기간 내 정상화는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 업계도 유가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고유가로 내연기관차 수요 위축과 물류비 상승 부담이 동시에 커졌기 때문이다. 반면 전기차 수요는 유가 급등 국면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만큼 향후 흐름에 따라 수요 구조가 어떻게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
방산업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동 지역의 군비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실제로 분쟁 장기화 과정에서 각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방산 수요 확대에 대한 기대가 커진 상태다. 휴전은 성사됐지만 근본적인 갈등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K-방산의 수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이 열리더라도 완전한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의 리스크 대응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