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 ELS 제재 또 미뤄져…당국, 과징금 확정 신중 모드
  • 이선영 기자
  • 입력: 2026.04.06 10:08 / 수정: 2026.04.06 10:08
4월 1일 정례회의도 안건 상정 불발
자율배상 반영 폭·첫 대형 금소법 제재 선례 부담에 결론 장기화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안은 아직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치지 못했다. /임영무 기자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안은 아직 금융위원회 최종 의결을 거치지 못했다. /임영무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한 은행권 과징금 결정이 또다시 미뤄졌다. 금융위원회가 3월 두 차례 정례회의에 이어 4월 1일 정례회의에서도 관련 안건을 올리지 않으면서 은행권 제재 수위와 과징금 규모를 둘러싼 당국의 고심이 길어지는 모습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 등 5개 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관련 제재안은 아직 금융위 최종 의결을 거치지 못했다. 금융위는 안건심사소위원회를 여러 차례 열며 심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지난 1일 정례회의에서도 안건이 오르지 않았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안건 적체라기보다 과징금 규모와 제재 수위를 두고 사실상 막판 재조율이 이어지는 국면으로 보고 있다.

쟁점의 출발점은 금감원이 지난해 11월 5개 판매은행에 통보한 약 2조원 규모의 과징금이다. 이후 금감원은 지난 2월 12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 기관 제재 수위를 일부 영업정지보다 낮은 기관경고로 조정하고, 과징금도 1조4000억~1조5000억원 수준으로 낮춰 의결했다. 판매 규모가 컸던 국민은행이 약 8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 2400억원, 신한은행 2300억원, NH농협은행 1600억원, SC제일은행 900억원 수준이 거론된다. 다만 이는 금융위 의결 전 단계에서 형성된 금액으로, 최종 확정치는 아니다.

제재가 길어지는 배경에는 감경 폭을 둘러싼 이견이 자리하고 있다. 은행권은 자율배상과 사후 수습 노력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5개 은행의 자율배상 규모는 1조3437억원, 합의율은 약 96%에 달한다. 개정 금소법 체계에서는 사후 피해 회복 노력이 인정되면 과징금의 최대 50%, 사전 예방 노력 등 추가 요건까지 충족하면 최대 75%까지 감경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은행권 안팎에서는 최종 과징금이 1조원 아래로 더 낮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한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박상민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지난 2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 금융위원회 앞에서 '한도없는 ELS 과징금, 금융위는 기준없는 정책 책임져라!' 결의대회를 연 가운데 한 참석자가 피켓을 들고 있다. /박상민 기자

반면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을 금소법 시행 이후 첫 대형 불완전판매 제재라는 점에서 가볍게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칫 큰 폭의 추가 감경이 이뤄질 경우 소비자보호 기조가 약해졌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지난달 "홍콩 ELS 사태는 은행들의 자율배상 노력 등을 감안해 감경을 고려하지만 추후 같은 상황이 발생하면 감경을 고려하지 않고 법에서 정한 수준의 제재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감경이 없었다면 이번 사안의 과징금 규모가 4조원 수준이었을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법리 부담도 변수다. 일부 민사소송에서 법원이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판단을 내놓으면서, 은행권은 판매사 책임이 과도하게 산정돼선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금융위로선 자율배상 실적, 투자자 보호 원칙, 법원 판단의 파장, 향후 제재 선례까지 함께 고려해야 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 단계에서 제재심 결론을 그대로 확정하기보다, 감경 논리와 법 적용 근거를 더 촘촘히 다듬는 작업이 길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권에선 최근 금융위와 금감원 관계자들이 대통령실에 관련 안건을 보고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제재안이 사실상 최종 조율 단계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또 금융위가 한때 검토했던 과태료·과징금 분리 처리 대신 일괄 처리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오는 15일 금융위 정례회의가 분수령이 될 가능성을 거론하지만 대규모 감경에 따른 여론 부담 등을 고려하면 발표 시점이 5월로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은행권으로선 불확실성 장기화도 부담이다. 최종 과징금이 제재심 수준으로 확정될지, 추가로 낮아질지에 따라 실적과 자본 부담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규모 자율배상과 충당금 적립을 통해 실질적 피해 회복에 나섰다"며 "사후 조치의 충실성을 감안한 합리적 판단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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