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황준익 기자] 올해 압구정, 성수, 목동 등 서울 대형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입찰보증금도 높아졌다. 1000억원은 기본이고 2000억원에 달하는 곳도 있다. 과도한 입찰보증금에 건설사 입찰 참여 제한은 물론 조합원들의 분담금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보증금은 2000억원이다. 1000억원은 현금, 나머지 1000억원은 이행보증보험증권이다. 이행보증보험증권은 입찰자가 제출한 입찰서의 이행 여부를 보장하기 위한 보험 증권이다.
압구정3구역은 오는 10일 입찰을 마감한다. 공사비는 평당 1120만원으로 총 5조5610억원에 달한다. 단일 재건축 사업 중 최대 규모로 입찰보증금도 역대 최고다.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마친 압구정2구역의 경우 전액 현금 1000억원을 제시했다. 지난달 30일 입찰을 마감한 압구정4구역도 같은 조건이다. 삼성물산만이 1000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납부했다. 압구정5구역은 800억원(현금 400억원, 이행보증보험증권 400억원)이다.
압구정뿐만이 아니다. 공사비 2조1540억원에 달하는 성동구 성수1지구 입찰보증금은 전액 현금 1000억원이다. GS건설만 단독 입찰했다. 공사비 1조3628억원인 성수4지구는 전액 현금 500억원이다. 비슷한 규모(1조2123억원)의 양천구 목동6단지는 700억원(현금 400억원, 이행보증보험증권 300억원)이다.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 후 사업 포기나 계약 불이행을 막기 위한 조합의 손실 보상 장치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장은 "입찰보증금은 건설사의 수주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명확한 증거"라며 "규모가 큰 곳은 보증금 문턱을 높여 대형 건설사의 참여를 유도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1000억원 수준으로 입찰보증금이 뛰면서 건설사들의 부담도 상당하다. 현형 제도상 입찰보증금 상한선 기준이 없다. 조합 자율이다. 특히 입찰보증금은 시공사 선정 후 대여금으로 바뀌어 조합 사업비로 쓰인다. 건설사가 대여금을 회수하려면 조합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아 사업비를 조달하는 시기로 수년이 걸린다.
시공사가 조합에 자금을 빌려주는 것이지만 입찰보증금 무이자 대여를 약속했다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여기에 개별 홍보 등 시공사의 부정행위를 이유로 입찰자격이 박탈될 경우 입찰보증금이 조합에 몰수될 수도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금 1000억원이면 회사에서 포기하는 기회비용도 상당하다"며 "1000억원이 보증금으로 묶이기 때문에 경쟁사 대비 수주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낮으면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도한 입찰보증금은 조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조합에 빌려주는 돈이기 때문에 사업이 지연되면 이자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조합 사업비는 결국 조합원들이 분담해야 한다. 또 조합이 입찰 취소나 시공사 계약을 해지할 경우 입찰보증금 반환 소송도 뒤따른다. 소송비용 역시 조합원 부담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주요 정비사업장 조합들은 입찰보증금 문턱을 높여 가치를 높이려 한다"며 "과도할 경우 단독 또는 무응찰에 따른 사업 지연과 이자 부담 등 정비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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