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윤정원 기자]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외 확장과 인수합병(M&A) 청사진을 다시 꺼내 들었지만 개미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오너 리스크와 가맹점 분쟁, 실적 악화에 더해 빽다방 '음료 3잔' 알바생 고소 논란까지 겹치면서 백 대표의 공언이 투자심리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이라는 견해가 다수다.
◆ 백종원, '잃어버린 1년' 강조했지만…시장은 해명 아닌 변명으로
백 대표는 지난 3월 31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지난해를 사실상 사업 공백기로 규정했다. 그는 "수많은 억지 민원과 고발을 당하면서 잃어버린 1년을 보냈다"며 "거의 모든 의혹이 무혐의로 나오면서 비로소 지난해에 하지 못한 기업 활동을 시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종 논란과 고발에 발목이 잡혀 정상적인 경영 행보를 펴지 못했고, 이제서야 다시 성장 전략을 본격화할 수 있게 됐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에선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잡음이 단순히 외부의 악의적 문제 제기만으로 빚어진 것이라기보다, 회사의 미흡한 대응과 백 대표 개인을 향한 신뢰 훼손이 함께 누적된 결과라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백 대표가 주총에서 제시한 올해 청사진의 핵심은 해외 확장과 공격적 M&A였다. 그는 "글로벌 기업간거래(B2B) 소스를 기반으로 미주, 동남, 유럽 등지의 기업과 사업 교류를 하고 있으며 해외 매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올해는 경쟁력 있는 핵심 브랜드 1~2개를 새로운 해외 거점에 전략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사업에 대해선 가맹점 활성화와 가맹점주 우선 정책을 내세웠고, "주주와 점주의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음해와 공격을 일삼는 일부 유튜버와 단체에 대해 끝까지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도 말했다.
문제는 이 같은 발언이 투자자들에게 미래 비전보다 과거 논란에 대한 자기방어로 먼저 읽힌다는 점이다. 원산지 표기 사건처럼 무혐의로 종결된 사안이 일부 있었지만, 회사는 지난해 11월 '새마을식당' 직원 블랙리스트 운영과 관련해서는 취업방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 '음료 3잔'에 번진 역풍…가맹점 관리 부실, 투자심리까지 흔든다
가맹사업을 둘러싼 갈등도 이미 누적돼 있었다. '연돈볼카츠' 점주들과 더본코리아의 분쟁은 지난 2023년 말 경기도 분쟁조정 신청으로 이어졌고, 작년 6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로 번졌다. 이후 국회 을지로위원회 중재가 진행됐지만 더본코리아가 올해 3월 최종 권고안을 거부하면서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가맹본부의 유감 표명과 점주 1인당 7000만원 지급 등이 담긴 권고안마저 받아들이지 않은 대목을 두고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지난달 9일 "더본코리아가 외치는 상생은 위기 모면을 위한 수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백 대표가 주총에서 "가맹점주 우선 정책"을 말했지만, 현장에선 정반대의 기억이 축적돼 있는 셈이다.
이 와중에 빽다방 알바생 고소 논란은 더본코리아의 취약한 지점을 정면으로 건드렸다. 충북 청주의 한 빽다방 매장에서 근무한 아르바이트생이 음료 3잔, 1만2800원 상당을 가져갔다는 이유로 점주에게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당한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은 들끓었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해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단순 매장 분쟁으로 끝낼 수 있었던 사안이 본사 리스크로 비화한 것이다.
더본코리아는 논란이 커진 뒤에야 브랜드 관련 임원과 법무 담당자를 현장에 급파해 조사에 나섰다. 회사는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본부 차원의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백 대표도 "브랜드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점주와 매장 직원 모두가 상처를 입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해명은 시장에서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폐기 음료 처리 기준, 점주 재량의 범위, 분쟁이 형사 고소로 번지기 전에 본사가 개입하는 절차 같은 기본 매뉴얼을 애초에 제대로 만들고 관리했느냐는 의문이 먼저 제기된 탓이다. 시장에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관리 책임이 허술하다는 인식이 굳어질수록 백 대표가 내세운 가맹점 활성화 구상 역시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공모가 밑돈 주가, 비어 있는 컨센서스…소액주주가 등 돌렸다
주가는 더욱 냉정했다. 주총 이튿날인 4월 1일 더본코리아는 2만2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4년 11월 상장 당시 공모가 3만4000원보다 35.1% 낮은 수준이고, 상장 첫날 기록한 장중 고점 6만4500원과 비교하면 65.8% 빠진 가격이다. 지난 3월 23일에는 2만500원까지 밀리며 사상 최저가도 다시 썼다. 2일 오전 10시 15분에도 더본코리아는 2만1800원을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실적도 받쳐주지 못했다.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 237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고, 매출은 3612억원으로 전년 대비 22.2% 감소했다. 순손실도 134억원이다. 회사는 435억원 규모 상생지원금 투입 영향이라고 설명했지만, 외식 경기 침체에 더해 잇따른 논란으로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함께 따라붙고 있다.
증권가의 거리감은 더 노골적이다. 지난해 7월까지만 해도 더본코리아는 상장 후 주요 증권사 리포트가 사실상 전무한 종목으로 분류됐고, 4월 1일 기준 에프앤가이드 투자의견 컨센서스도 비어 있다.
소액주주들의 반감도 견고해지는 추이다. 지난 2월 더본코리아가 종목토론방 게시글에 명예훼손 가능성을 경고하자 주주들 사이에선 "주가는 관리하지 않으면서 입만 단속한다"는 불만이 번진 바 있다. 주가 부진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회사가 소통보다는 법적 대응에 익숙한 모습을 보인다는 인식이 굳어진 탓이다. 백 대표가 이번 주총에서도 다시 법적 책임을 거론한 점은 이런 불신을 더 키웠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더본코리아를 짓누르는 건 실적만이 아니다. 더본코리아는 백종원이라는 개인 브랜드에 기대 상장에 성공했지만 지금 시장은 백종원을 감점 요인으로 여기고 있다"며 "백 대표가 주총에서 제시한 청사진이 먹히려면 새 그림을 더 내놓는 것보다, 이미 훼손된 신뢰부터 복원하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