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팩트ㅣ유연석 기자] 중동 전쟁 장기화로 포장재 주원료인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식품업계에서 포장재 확보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초기엔 우려 수준이었지만, 정부가 2일 자정을 기해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경계'로 격상하기로 하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에너지 비용 상승 및 원가 부담을 넘어 최악의 경우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 나프타 수급 마비…라면업계 포장재 수급 '직격탄'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라면 및 과자 봉지와 페트병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은 나프타에서 추출된다. 현재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포장재 제조 원가 폭등과 물량 부족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식품업계가 보유한 포장재 재고는 1~3개월치로 파악됐다.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길 상황은 아니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한 수급 부족과 단가 상승을 우려해 각 기업은 수시로 상황을 점검 중이다. 주요 기업별 재고 상황을 보면 농심은 1~2개월 수준이며, 오뚜기는 5월까지 생산 물량을 확보한 상태다. 팔도는 약 3개월 수준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 주요 식품사들 역시 1~2개월 수준의 재고만으로 공장을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부가 이날 자정을 기해 자원안보 위기를 '경계'로 격상하기로 하면서 업계 내에선 생산 중단 가능성도 제기된다. 상황이 급반전돼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원유가 해상 운송 경로를 통해 국내에 공급되기까지 시차가 발생하므로 즉각적인 정상화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료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일 단위로 재고 물량을 확인하며 공장을 가동하는 비상 경영 상태"라며 "생산 라인 셧다운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방지하기 위해 대체 수입선 확보 등 가용한 모든 대응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공급망 단절 우려에 소상공인 현장 '대란' 현실화
포장재 수급 불안은 소상공인 현장에서 가격 폭등으로 먼저 나타나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에 따르면 일주일 만에 배달용 포장 비닐 가격은 1000장 기준 6만원에서 11만7000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올랐다. 일회용기 가격 또한 박스당 3만6000원에서 4만8000원으로 약 33% 상승했다.
포장재 단가가 단기적으로 40% 이상 치솟자 소상공인연합회는 최근 성명을 내고 정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회는 포장재를 생활필수품으로 지정해 가격 인상률을 관리하는 한편, '소상공인 포장재 부담 경감 지원금' 신설과 '소상공인 경영안정 바우처' 대상에 포장재 품목 추가를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긴급 대책 마련에 돌입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날 한성숙 장관과 노용석 1차관이 각각 '소상공인 분야 영향 점검회의'와 '비상경제 대응 TF 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신속 지원을 위해 기존 대응팀을 '비상경제 대응 TF'로 확대 가동하기로 했으며, 매출이 15% 이상 감소한 소상공인에게 최대 7000만원의 긴급 경영안정자금과 바우처를 지원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전날 '석유화학 업계 수급 안정 및 공급망 점검 회의'를 개최하고 주요 기업 대표들과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나프타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하는 한편, 나프타 수입단가 차액을 지원해 대체 물량 도입에 따른 기업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다. 또한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통해 수급 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부당 행위를 엄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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