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0원 뚫린 환율에 추경까지…코스피 4% 급락, 5000선 붕괴 '초읽기'
  • 박지웅 기자
  • 입력: 2026.03.31 15:56 / 수정: 2026.03.31 16:16
코스닥도 4%대 하락…성장주 낙폭 확대
"금리·재정 엇박자, 외환시장 불안 키워"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돌파하며 외환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며 코스피가 4% 넘게 급락, 5000선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원·달러 환율이 1530원을 돌파하며 외환시장 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며 코스피가 4% 넘게 급락, 5000선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박지웅 기자] 원·달러 환율이 17년 만에 1530원을 돌파하며 외환시장이 크게 흔들리는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이 본격화되면서 국내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고유가 충격이 겹치며 원화 약세가 가속화된 데다, 재정 확대 기조까지 더해지면서 시장 불안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코스피는 31일 4% 넘게 밀리며 5000선 붕괴를 눈앞에 두는 등 금융시장 전반에 경고등이 켜졌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26%(224.70포인트) 하락한 5052.60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2조2786억원, 908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3조5299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의 매도세는 단기적인 흐름을 넘어 구조적인 자금 이탈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포함해 8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19일 1조8760억원을 시작으로 △20일 1조2402억원 △23일 3조6751억원 △24일 1조9863억원 △25일 1조2895억원 △26일 2조9370억원 △30일 2조945억원 등 매도 규모를 확대하며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빠르게 회수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단순한 차익실현을 넘어 위험자산 비중 축소 성격이 짙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일제히 하락했다. 삼성전자(-5.16%), SK하이닉스(-7.56%), 삼성전자우(-5.86%), LG에너지솔루션(-3.78%), 현대차(-5.11%), 삼성바이오로직스(-1.70%), 한화에어로스페이스(-4.51%), SK스퀘어(-8.53%), 두산에너빌리티(-2.55%), 기아(-4.16%) 등 주요 대형주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였다.

코스닥 지수도 급락했다.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4.94%(54.66포인트) 내린 1052.39에 거래를 마쳤다. 개인과 외국인이 각각 498억원, 1186억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685억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을 주도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역시 대부분 약세를 나타냈다. 삼천당제약(-29.98%), 에코프로(-4.91%), 에코프로비엠(-5.55%), 알테오젠(-3.67%), 레인보우로보틱스(-3.16%), 에이비엘바이오(-3.32%), 코오롱티슈진(-9.04%), 리노공업(-4.07%), 리가켐바이오(-3.52%), 펩트론(-1.34%) 등이 일제히 하락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4원 오른 1530.1원에 마감하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환율 급등과 외국인 자금 이탈이 맞물리며 증시 전반의 하방 압력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이날 중동 전쟁 여파로 확대된 경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총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다. 이번 추경안은 고유가로 인한 부담 완화에 10조1000억원, 저소득층·소상공인·취약노동자·청년 지원에 2조8000억원, 에너지·신산업 전환 및 공급망 안정화에 2조6000억원, 지방정부 투자 여력 확충에 9조7000억원을 각각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시장에서는 재정 확대가 단기적으로는 경기 방어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외환시장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금리 정책과 재정 정책 간 불일치가 환율 상승 압력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와 고유가 영향도 있지만, 지금의 환율 급등은 정부의 정책 엇박자가 키운 측면이 더 크다"며 "금리는 제때 올리지 않으면서 재정은 계속 풀어놓는 비일관적 정책이 외환시장 불안을 자초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환율이 오르고 증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또다시 대규모 추경으로 현금을 푸는 방식은 근본 처방이 아니라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재정 확대와 저금리 기조가 동시에 이어지면 자금 이탈 압력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기적으로는 지정학 리스크 완화 시 환율이 안정될 여지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금리·재정·규제 정책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같은 불안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hris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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